클림트의 황금빛 비밀을 찾아서

   
유디트 1
 
졸린 듯 살짝 감긴 눈, 약간 벌어진 입술, 살짝 치켜든 고개에서 오는 도도함….
에로틱한 묘사는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대표작 ‘유디트 1'의 유디트의 모습이다. 적장을 죽이고 민족을 구한 성서 속 여장부가 치명적이리만치 매혹적인 ‘팜므파탈’로 다시 태어났다.

이 매혹적인 작품을 국내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5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2009 구스타프 클림트 한국전시’가 그것이다. 유화 40여점, 드로잉 및 포스터 원본 70여점, 베토벤 프리즈 및 작가 스페셜 인스톨레이션 등 클림트의 대표 작품 총 110여점을 선보인다. 클림트의 작품에 목말라 하던 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2일 오픈한 이후 주말 관람객만 2만 여명이 다녀갔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초의 클림트 단독 전시이자 21세기 마지막 전시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클림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벨베데레 미술관 (Belvedere Museum)이 작품 관리 차원에서 2009년 한국 전시를 마지막으로 클림트 작품을 더 이상 외국에 전시하지 않을 계획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벨베데레 미술관의 부관장인 알프레드 바이딩거(Alfred Weidinger)와 클림트 작가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제인 켈리어(Jane Kallir)가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로 참여, 출품작들의 수준만큼이나 전시의 기획과 내용의 깊이를 더했다.

이번 전시는 ‘황금빛 비밀; 토탈아트를 찾아서’라는 주제 아래 클림트의 초기작품에서부터 전성기 작품인 풍경화 및 여인 이미지로의 작업 행로에서 감추어졌던 비밀을 추적해 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비밀을 밝혀나가는 데 있어 예술개념 ‘토탈아트’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토탈아트는 회화, 조각, 건축, 실내장식, 공예에 이르는 장르들의 통합적 과정을 통해 현실과 환영의 성공적 융화를 뜻한다. 토탈아트의 절정은 ‘베토벤 프리즈’다. 이 작품은 벽화로, 건축, 회화, 공예, 음악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전 분야와 일상이 ‘베토벤’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만들어진 클림트의 대표작품이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클림트의 예술 세계는 풍경화와 여성 이미지로 이어진다. 클림트의 여성 이미지는 팜므파탈이라는 문학적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토탈아트라는 예술적 행위를 화폭에 표현해 낸다. 이러한 양식은 장식적인 배경과 장신구들의 표현, 금색을 위주로 한 화려한 색채 구성, 건축적 느낌의 구도 등에서 잘 나타난다.

클림트가 금색을 주로 사용한 것은 귀금속 세공업을 한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여인의 초상화를 그리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인 그는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모호한 심리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화려한 색채가 더해져 그의 에로티시즘은 예술작품으로 승화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디트 1’ ‘아담과 이브’ ‘아기(요람)’ ‘베토벤 프리즈’ 등 다양한 작품 뿐만 아니라 클림트의 삶과 그의 여인들, 그리고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다. 관람료는 성인 1만6000원, 청소년 8000원. 문의 (02)334-4254

이정아 기자 ljapcc@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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