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기나 긴 '출혈경쟁'을 지속해 온 D램 반도체 시장의 승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2년여 동안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D램 사업자들은 출혈경쟁을 지속해 왔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가 확산되면서 경쟁사들이 지난해 큰 폭의 적자에 시달린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차세대 공정 기술 개발에 잇달아 성공해 향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점 쳐진다.
지난 4일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46나노 1기가비트(Gb) DDR2 D램을 개발한데 이어 하이닉스 역시 8일 1기가 44나노 DDR3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40나노급 공정은 기존 50나노급에 비해 50% 이상 생산성이 뛰어나 D램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첫 번째 요소인 원가절감이 가능하다. 소비전력도 30% 이상 줄일 수 있어 저전력 친환경 제품이 각광 받는 ‘그린’ 시대에도 부합한다.
양사는 3분기 중 2기가 DDR3 제품을 양산할 예정으로 이러한 계획이 실현될 경우 해외 경쟁사와 국내 기업의 기술경쟁력 차이는 2년 이상 벌어지게 된다.
대다수의 해외 경쟁사들이 아직도 60~70나노 공정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엘피다만이 7∼9월 50나노 제품 양산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이미 50나노 양산에 들어간 국내 기업에 비해 1년 이상 뒤처지는 수준이다. 그나마 엘피다의 50나노 양산 계획 역시 대규모 구조조정과 자금 압박 등으로 실현 가은성이 미지수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결국 ‘치킨게임’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주요경쟁업체들이 최악의 경영난에 시름하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어깨를 가볍게 하고 있다.
D램 시장점유율 5위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의 키몬다가 최근 공장 폐쇄 및 파산 신청에 들어갔다.
3위인 일본 엘피다는 작년 4분기 영업적자가 3분기보다 2배 이상 커져 영업손실률이 93.7%에 달한다. 대만의 난야도 4분기 영업손실률이 105%를 웃돌았다.
하지만 국내 D램 업계의 잇단 쾌거에도 불구하고, D램 가격 상승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이러한 경쟁력 역시 매출 진작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최근 D램 반도체 가격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최근시장조사기관인 인스펙트럼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D램 주력제품인 DDR2 1Gb 128Mx8 667MHz 고정거래가격이 이달부터 반등을 기록, 1월 말 대비 9% 상승했다. 바닥을 모르고 내리막 행진을 지속하던 D램 가격이 회복세를 보인 것.
하이닉스 권오철 전무는 “1Gb DDR2 현물가격이 1.2달러까지 상승했으며, 감산 효과로 고정거래가격도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 반도체 가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굿모닝신한증권 역시 5일 보고서를 통해 "2007년 초부터 약 2년간 지속됐던 메모리반도체 가격하락이 지난해 12월 초에 멈춘 후 2개월간 80~90% 급반등하고 있다"며 "메모리 시장이 불황기를 끝마치고 호황기의 시작지점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최근 D램 업체들이 생산을 줄이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일 뿐 수요증가 없이는 D램 시장 회복이 불가능하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쳤다 해도 문제는 회복 속도”라며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증가 없이 공급조정으로 이뤄지는 가격 상승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대만이나 일본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이 합종연횡을 추진하는 만큼 추가 공급 조정에 대한 기대심리를 자극해 가격 회복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대만이 국가기간 산업인 반도체를 살리기 위해 정부차원의 집중적인 지원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반도체 업계의 D램 시장 평정을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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