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제 우리 다 죽었네…”
퇴근 후 들른 동네 슈퍼마켓의 주인아주머니가 이렇게 절규했다.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소규모 슈퍼마켓 출점 속도를 가속화 할 것이라는 뉴스가 전해지자, 그는 생존권마저 박탈당하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홀로 자식 다섯을 키우며 이곳에서 희망을 일궈왔다. 이 슈퍼마켓은 아이스크림 박스 달랑 하나에 라면, 음료수, 담배 등 꼭 필요한 생필품만 있지만 물건을 많이 사면 잔돈을 갂아주거나 덤으로 과자 한봉지를 끼워주며 손님에게 정(情)을 팔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이 주인아주머니뿐만 아니라 동네 슈퍼마켓의 소상인들은 고사 직전의 위기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삼성테스코, 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이 대형마트외에도 기업형 슈퍼마켓인 슈퍼슈퍼마켓(SSMㆍSuper supermarket)에 정성을 쏟으면서 소상인들의 생활터전에 대한 위협의 강도가 더욱 세졌다.
그들이 슈퍼슈퍼마켓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는 이미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대신할 수 있는 틈새시장으로 주부들을 타깃으로 하는 동네 상권이 높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값이 많이 나가는 대형마트보다 적은 비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슈퍼마켓 이용률이 늘자, 기업형 슈퍼는 춤이라도 추고 싶은 요량이다.
홈플러스가 운영 중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지난해 전국 107개 점포에서 매출 4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전년 대비 50%나 상승한 것이다. 롯데마트의 롯데슈퍼(108개) 는 지난해 8500억원대를, GS리테일의 GS슈퍼(107개)로 8700억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주요 상권을 점령하면서 재래상인 및 소규모 슈퍼마켓, 구멍가게 상인들이 길거리로 내몰아왔다. 특히 지방 재래시장은 더 혹독한 전쟁을 치루고 있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슈퍼마켓협회는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3년도 되기 전에 동네슈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저소득층과 지역경제가 흔들려 사회적인 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들은 소상공인 범시민연대를 구성하고 대형유통업체들의 슈퍼마켓 출점을 제한하는 조례제정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약자의 편을 들어줄지는 의문이다. 동네 슈퍼마켓 상인들의 생존권 보호와 해결책 마련에 좀 더 현실적인 대책들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아주경제 김은진 기자 happyny777@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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