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펀드 실효성 논란…‘부채성 자금조달’ 은행권 대상
정부 한은 통해 은행권 증자에 직접 개입 ‘적극적 대응’
정부가 실물경제 침체 가속화에 따른 최후 수단으로 선제적 공적자금 투입을 검토함에 따라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다만 선제적 공적자금 투입을 위해선 시장안정과 은행권의 의사결정권 존중이 얼마나 균형점을 형성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공적자금 투입 검토 배경
정부가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공적자금 투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제 위기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에서 비롯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추후 결정적 상황 악화에 대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달 중 20조 규모의 자본확충펀드가 투입될 예정이나 이후에도 실물경제 침체로 인한 시장불안이 지속될 경우를 대비하자는 의미다.
또 은행권 체질 개선의 절박함도 배어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내 18개 은행의 평균 BIS 비율은 평균 10.86%로 모두 8% 이상이다. 같은 해 12월 말 기준으로도 모두 8%를 넘고 있다.
문제는 부채성 자금조달에 있다. 은행들은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비율 제고를 해왔다. 금융자산의 건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권이 부채성 자금조달을 해온 터라 주주 이익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실질 금리를 낮추지 못하고 중소기업 등의 대출도 제한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 역시 올해 78조 가량 국채를 발행할 것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지는 ‘유동성 함정’이 예고되고 있어 공적자금의 직접 투입을 더 이상 미루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은행들의 자본 확충 계획마저 은행들이 정부의 경영 간섭을 우려해 지원받는 것을 주저하고 있어 공적자금의 직접 투입을 부추기는 실정이다. 특히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은행에 펀드 신청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얼마나 많은 은행이 신청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시적 공적자금 선제적 투입 효과
정부는 이에 선제적 공적자금 투입을 위한 한시적 특별법 제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이 8% 이상인 은행권에 대해서도 ‘사전적 부실징후’가 있다면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의 건전성을 제고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국제적인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공적자금 투입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은행권의 의사결정과 관련된 보통주 매입보단 우선주를 매입해주는 방안과 예보법 등에 명시된 △경영정상화 방안 보고 △분기별 점검 보고 등의 관리·감독 제도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장기화되고 대대적 구조조정이 단행된다면 은행권의 건정성이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부실은행권 처리 비용이 높기 때문에 사전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나아가 한국은행의 국책 직·매입을 통해 은행권 증자에 직접 참여하는 적극적 대응방안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도 선제적 공적자금 투입을 위한 대안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공적자금의 사전적 투입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며 “현행법의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 등 사전에 부실화 우려가 높은 은행권의 체질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특히 “정부는 미국발 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채권안정펀드나 자본확충펀드 등의 ‘퇴로’를 만들지 말고 부실징후가 높은 은행권에 곧바로 공적자금을 투입했어야 했다”며 “그 당시 정책적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