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전문]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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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1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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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재정경제원 시절 여러분 곁을 떠난 지, 10년만에 장관으로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경제위기로 국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지금,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먼저, 그동안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불철주야 혼신의 힘을 기울여 일해온 직원 여러분께 정말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유례없이 어려운 상황에서 탁월한 통찰력과 추진력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오신 강만수 전임 장관님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 경제상황>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심각한 경기침체를 보이고 있으며 그 여파로 우리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작년 4/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대비 5.6% 감소하는 등 실물경기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장관으로 내정된 이후 남대문시장, 인천항 부두, 경제특구 등 경제 현장을 둘러보았습니다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표상의 숫자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제 회복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부들도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시장에는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으며, 세계경기의 침체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글로벌 위기의 영향으로 금년에 성장과 고용이 플러스(+)를 보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정책대응방향>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우리의 경제상황은 이미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대외여건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향후 상황에 대해 낙관적 기대를 가지고 정책을 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눈앞의 현상보다 앞으로 6개월, 1년 후를 내다보고 위기 상황의 전체 그림에 대한 판단을 기초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제운용에 있어서는 먼저 경기대책을 조기에 추진하여 더 이상의 경기 하강을 막고,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노력을 통해 대외여건이 더 악화되는 경우에도 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한편, 위기이후 우리 경제가 재도약 할 수 있는 씨앗을 뿌리는데 중점을 두겠습니다.
이러한 방향 하에 우선은, 당면한 경기 침체를 완화할 수 있도록 거시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는 등 내수 진작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최우선을 두겠습니다.
이를 위해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는 동시에 가급적 조기에 추경을 추진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정의 낭비요인을 막고 중장기적으로 재정의 건전성이 유지되도록 하는데도 유의하겠습니다.
또한,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도 수시로 점검하겠습니다.

둘째, 금융시장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금융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합니다.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이 정리되어야 경쟁력이 있는 기업,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에 자금이 물 흐르듯이 공급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기업 구조조정이 채권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적기에 그리고 실효성있게 이루어지도록 뒷받침하겠습니다.

금융기관의 자본도 충분히 확충되어야 합니다.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금융기관의 자본건전성 제고 노력을 지원하되, 필요한 경우 선제적인 자본투입과 신속한 부실채권 정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반도 미리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셋째, 일자리 지키기를 위한 대책과 함께 취약계층에 대한 경제·사회안전망을 확충해 나가겠습니다.
고용 촉진을 위해서는 거시적인 경기대책과 함께 미시대책을 잘 개발해야 합니다.
이미 마련된 일자리 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노동시장 제도를 선진화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청년의 고용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인턴제를 활성화하는 한편인력의 공급이 실물부문의 수요에 맞도록 유도해 나가겠습니다.

노사가 합심하여 일자리를 지키고 나눔으로써 위기를 함께 넘으려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노사가 상생의 정신으로 마련하는 일자리 나누기 노력에 대해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함께 경제위기로 인해 새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빈곤층에 대하여도 지원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어렵고 못사는 사람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일체감을 잃지 않고 희망을 가지도록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넷째, 위기이후 재도약을 위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경제 체질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경쟁력이 취약한 부문의 구조개선을 지원하고 그동안 성장의 발목을 잡아왔던 불합리한 요인을 발굴하여 제거해야 합니다.
교육·의료·관광 등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조업보다 불리한 지원제도를 정비하겠습니다.
토지이용·기업창업 등 규제개혁을 통해 민간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하여야 합니다.

특히, 고유가, 기후변화 등 세계경제환경의 변화와 시대 흐름을 고려할 때 녹색 성장을 위한 노력을 서두르겠습니다.
녹색기술·첨단융합산업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위한 세부추진계획도 마련하겠습니다.

현 위기상황은 경제정책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습니다.
지나친 경기 위축을 막고 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의 합심된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가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자기의 이익만을 관철시키려는 집단이기주의로부터 벗어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나눔과 베품”의 분위기가 확산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경제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민간의 자발적인 협력운동으로 전개되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정부로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정책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경제운영방식>

직원 여러분!
세계 각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경기 침체를 하루아침에 정상궤도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요술방망이’는 없습니다.
그러나 경제정책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향후 경제를 운영하는데 있어 정책에 대한 시장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 생각합니다.
경제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정책결정과정에서도 충분한 소통과 공론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겠습니다.
끝내지도 못할 일을 이것저것 쏟아내어서는 안됩니다.

“정부가 하는 정책 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시장의 우스개 소리가 있는데, 이 말이 정말 우스개 소리로 그칠 수 있도록, 정책의 중점과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일단 결정된 정책은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둘째, 정책이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어떤 정책이든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강도로, 필요한 부문에 시행될 때 기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불확실한 만큼 정책대응에 있어 유연성을 잃지 않되, 우선 급한 일은 시기를 놓침이 없이 신속하게 처리하고, 지속성장을 위한 중장기 과제는 꾸준히 착실하게 추진해 나가는 계획성이 필요합니다.

셋째, 경제팀 및 유관기관과의 팀워크를 강화하여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겠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상충되는 정책이나 부처간 이견을 조화롭게 조율하는 합리적인 조정자(Coordinator)가 되어야 합니다
정책에 대해 부처간에 긴밀히 협의하고 타 부처의 의견에 대하여도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는 열린 조직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맺음말>

직원 여러분,
‘길이 멀면 허공도 짐’(시인 조정의 표현)이라는 말에 공감한 적이 있습니다만, 하루하루가 힘겹게 넘어가는 요즘 경제상황은 그만큼 어렵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마냥 길 수는 없습니다.
봄기운이 돌 때 누구보다 먼저 잎을 내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겨울눈’(冬芽)을 준비하고 살을 에는 추위를 견뎌내야 합니다.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려운 만큼 여러분이 비상한 각오로 임해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이 현재는 물론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이루는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특히, 경제총괄부처의 일원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높은 도덕성과 깊은 전문성, 그리고 글로벌 마인드를 바탕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저도 장관으로서 여러분이 정책을 소신껏 추진하는 여건을 만드는 한편 여러분과 수시로 대화하고 지혜를 모음으로써 산적한 경제현안들을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집국 edit@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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