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정규직의 사용기한 연장을 추진함에 따라 은행권의 고용 안정 방안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되고 있다.
국민은행 등 비정규직 규모가 큰 은행의 경우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은행권 노조는 금융업무의 특성상 잦은 인력 교체는 업무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비정규직의 사용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올 상반기 중 추진키로 하자 각 은행들은 손익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는 사용기한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안과 사용기한을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 사용기한이 연장 혹은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수가 많은 은행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업무는 다른 업종보다 업무가 복잡해 숙련도가 중요한 만큼 비정규직을 2년간 고용하면 사용기한이 끝나도 내보내기가 쉽지 않다"며 "어쩔 수 없이 정규직이나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사용기한이 연장되면 사측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6개 시중은행의 전체 행원 중 비정규직 비중을 살펴보면 기업은행이 42.73%(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이 30.91%(9월 말 기준)로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은 18.42%(12월 말 기준), 신한은행은 17.14%(9월 말 기준), 외환은행은 11.97%(12월 말 기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7년 직군제를 도입하면서 명목상 비정규직을 없앴다.
정부의 비정규직 사용기한 연장 움직임에 대해 은행권 노조는 사측이 고용 안정 방안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성훈 기업은행 노조 국장은 "당초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2년으로 정하는 법안 개정이 추진될 때 금융권은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며 "2년마다 비정규직을 새로 고용해 훈련시키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사측도 잘 알고 있어 2년 후 정규직이나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국장은 "사용기한이 연장 및 폐지되면 사측이 이를 직원 통제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득연 신한은행 노조 정책국장도 "아직 정부 방침이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수립하지 못했다"면서도 "이번 정부의 조치로 은행권의 고용 안정 움직임이 잦아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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