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의 링컨, 한국의 링컨-링컨탄생 200주년을 보며


박기태(경주대교수, 정치컴)


   올 해 2월 12일이 미국의 제 16대 대통령 에이브라함 링컨 탄생 20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1809년 북미대륙의 산 벽촌 중의 벽촌이었던 켄터키주의 외딴 오두막집에서 시골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 광대한 나라에서 제 땅이라고는 한 뼘도 갖지 못하고 글자도 읽을 줄 모르는 목수의 아내이자 링컨의 어머니 낸시는 미혼모의 딸이었으며, 그 역시 문맹이었다. 그나마 그녀는 링컨이 아홉 살 되던 해 독풀을 먹은 소에서 짠 우유를 먹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렇게 태어난 한 사람이 200년이 지난 오늘 세계 최강 최고의 국가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며 가장 탁월한 정치가로 다시 탄생하고 있다. 링컨 없이는 미국을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그의 200주년 탄생을 기념하기 위하여 벌써 9년 전인 2000년에 특별법을 만들어 차근차근 준비를 해 왔다. 지난해 2월에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15명의 위원과 각계 각 층의 150명으로 자문단을 꾸렸다. 수많은 세미나와 기념행사가 기획되어 있고, 기념관 행사에는 대법관과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사람들은 왜 이렇게 링컨 대통령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역사가 짧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삽시간에 세계최강의 국가가 되면서 스스로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하여 소위 ‘영웅 만들기’를 하고 이에 열광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해서 ‘아니다’라고 잘라 말해야 한다. 오늘 미국은 국내외의 많은 시련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굳건히 세우고 지탱하는 힘은 ‘실용’과 ‘화합’이다. 프래그마티즘 정신과 유니온정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근본정신의 정수에 곧 링컨이 있기 때문에 겨우 300역사를 가진 미국의 인물이 세계사속의 위대한 인물로 자리 매김 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뛰어난 통찰력은 1860년의 남북전쟁을 단순한 노예제도의 존폐를 놓고 벌이는 남․북간의 내전이 아니라 미국의 명운을 결정짓는 미래전쟁으로 보아 총력전(total war)을 펼쳐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 승리가 소중한 것이 아니라 전쟁이후 그 즉시 화합과 통합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 이다. 
전쟁이 끝나자 패한 남군의 일부가 게릴라전을 펼치며 저항하려 할 때 남부의 장군들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단지 명예를 지키기 위하여 항복하는 자리에 정장으로 나서기를 원했고, 링컨은 이들에게 최대한의 예우로 대할 것을 명령하였고, 병사들에게는 병기를 휴대한 채 고향으로 돌려보내라고 하여 감격하게 한 일화가 링컨정신의 표상인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제 겨우 하나 된 미국에서 그들은 곧 새로운 미국을 건설해 나갈 미국 시민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링컨이 위대한 것은 노예 해방, 게티즈버그의 명연설이 아니라 뭉치면 강해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미국정신으로 뿌리깊이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미국의 링컨이다.


  한국에서 링컨은 누구인가, 한국에서도 링컨은 4년에 한 번, 5년에 한번은 살아난다. 그 보다 크고 작은 선거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살아난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보다 링컨 미국 대통령이 먼저 살아난다. 잊어버리지도 않고 ‘국민의 국민을 위한...’ 이라고 읊어 대며, 국민을 위하여 몸 바치고 화합하겠노라고 목청을 높인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직전의 대통령을 보라, 제 16대 대통령이라는 것이 같았고, 시골의 가난한 변호사 출신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는데 ‘화합’과 ‘통합’은 어디로 갔는가, 그렇다고 지금의 정치인들에게 링컨정신이 있다고 보이는가 아예 그 그림자도 볼 수 없다. 미국 역사에 비하여 5천년이라는 긴 나긴 역사가 있는 한국은 아직도 남북이 갈라져 대립하는 지구상에 하나 남은 분단국가이다. 이러한 한국에도 나랏일을 책임진 정치가들은 여당 야당의 극한 대립은 물론 자기편끼리도 서로  싸우고 할퀴는 꼴을 보면서 도대체 이들이 정말 링컨을 알기는 아는지 묻고 싶다. 어찌하여 미국의 링컨과 한국의 링컨이 이렇게 다른지 링컨 탄생 200주년에 생각하는 새삼스런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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