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아그라와 한국의 성(性)

트랜스젠더가 연예계 스타로 주목을 받고 공중파 방송에서도 섹스에 대한 치기어린 농담이 일반적인 시대가 됐지만 한국에서 '성(性)'은 여전히 감추고 싶은 존재일까.

올해로 한국 출시 10주년을 맞는 대표적인 발기 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로 유명한 화이자 제약이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아시아·태평양 성건강과 전반적 삶의 만족(AP SHOW)' 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간담회에서는 '성생활에 만족도가 높을수록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높고, 성생활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것은 바로 발기 강직도'라는 가설을 충족시키는 연구 조사 결론과 관련된 각종 수치들이 공개됐다.

비아그라의 등장이 단순한 질환 치료 제품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은 이 파란 알약이 전 세계적으로 18억 정 이상 팔려나가는 동안 입에 담기 민망했던 발기부전이라는 질환을 공론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비아그라로 인해 '성 생활의 만족'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부분이 사회적 이슈로, 전문 연구 분야로 부각된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기자간담회장에서조차 관련 내용은 여성 혹은 남성끼리 삼삼오오 둘러 앉아 공감대를 형성했을 뿐이다.

장소도 문제였다. 발표를 맡은 백재승 서울대학교 교수는 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기자간담회 장소 선택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자들과 함께 전문 연구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본래 와인바인 간담회장은 낮고 울긋불긋한 조명이 간간이 돌아가고 있었고 조사 발표는 그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백 교수의 발표후 마련된 질의 시간에 기자들은 침묵을 지켰다. 분위기가 비교적 가볍게 전환된 후에야 기자들은 화이자측에 발표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했지만 명쾌한 답변을 듣지도 못했다.

우리 한국 사회에 있어서의 성은 환한 조명 속에서 드러내놓기엔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느낀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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