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각하, 현대건설 이종수 사장이 연간 200억 규모 광고대행사 선정 과정에서 뇌물을 받고 그레이프라는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또 3년 전 이해찬씨가 밀어서 사장이 된 것이라고 합니다." (MB 측근 A씨)
"그래? 이 사장 임기가 언제 끝나지?"(MB)
"내년 3월입니다."(A씨)
"잘 확인해봐. 내용이 사실이라면 임기도 4개월 밖에 안남았는데 채권단을 통해 당장 바꾸도록 하지."(MB)
#2)
며칠 후 A씨가 다시 대통령을 만났다.
"각하, 여기 저기 알아보니 이 사장이 특정업체를 직접 밀어준 것은 아니고 실무자들이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이해찬씨 지원설도 사실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A씨)
"그래? 그러면 임기도 얼마 안남았으니 임기 채운 뒤 바꾸도록 하라고."(MB)
청와대 관계자가 들려준 지난해 11월 상황을 재구성한 것이다.
현대건설의 사장 인선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볼썽 사나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허위 사실'까지 만들어 청와대를 공략했고, 결국 이번 채권단의 경영진추천위원회 후보 심사에서 이 사장을 탈락시키는 대성과(?)를 올렸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지난해 현대건설의 광고대행사는 팀장급으로 구성된 1차 심사위원회와 본부장급 2차 심사위원회에서 그레이프로 결정됐다. 또 3년 전 이해찬씨가 밀었던 인물은 이종수 사장이 아니라 현재 후보에 오른 '3김' 중 한 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종수 사장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연임된 전례가 없었다는 점과 함께 경쟁자들의 흑색비방 공세를 이기지 못해 낙마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현대건설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대표 건설업체다. 채권단이 대주주인데다 이명박 대통령의 모회사여서 현대건설 CEO자리는 대통령의 직접 관심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 사장 자리를 노려온 후보들은 청와대의 인맥을 대대적으로 공략해 온 것이다.
강력한 경쟁자가 빠진 '3김'측은 본격적으로 청와대와 채권단 인맥을 총동원해 막판 로비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중겸 사장측은 고려대 출신 인사 중 청와대의 고위층은 물론 실무 비서관, 채권단의 임원 등을 '저인망'식으로 훑어가며 '고려대 대세론'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파상 공세를 펼치자 "자제하라"는 경고까지 받았다는 후문이다.
가장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학력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중겸 사장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결정될 경우‘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정부’라는 비난을 받았던 청와대가 “또 영남에 고려대?”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쟁자들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경쟁자는 "김중겸 사장의 '돌쇠형' 성격이 현대건설 경영자로서 부적합하다"며 "최근 현대엔지니어링 실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나중에 부실덩어리가 될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김종학 사장은 태안기업도시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인물. 정치권 인맥이 넓어 정부가 대규모 건설사업을 추진할 때 힘을 받을 수 있다는게 장점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인척 지원설 소문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선규 부사장은 현대건설 안팎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명지대를 졸업하고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본인의 실력 하나로 부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해외사업본부장을 지낸 여동진 전 부사장은 해외건설 분야에서는 탁월하지만 전체적인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이번에 선임된 사장은 현대건설이 매각되더라도 사장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매각에 성공하면 관례에 따라 수십억원의 매각 성공 보수까지 받게 된다.
이들 후보에 대해서는 12~13일 면접을 진행하고 오는 16일경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한다.
한편 현대건설 노조는 "채권단이 어떠한 정치적 입김도 배제하고 오직 현대건설의 발전을 위해 매진할 수 있는 인물을 선정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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