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를 위한 기획단이 본격 출범한데 이어, 마스터 플랜도 오는 5월이면 나온다. 아직도 4대강 살리기가 대운하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프로젝트는 이미 닻을 올렸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월 광주광역시 산동교(북구 동림동)에서는 영산강·황룡강 치수대책 사업 준공식이 있었다. 이번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지만 정부의 4대강 살리기 목표와 유사한 성격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4대강 정비 사업의 모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선 사업의 사례와 경험을 통해 문제점은 보완하고 부족한 것은 더하고 해서 제대로 된 정비사업의 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다.
봄을 재촉하는 겨울비가 내리던 지난 13일 오전. 영산강은 짙게 흐린 잿빛 날씨였지만 다행히 거세던 강풍도 어느정도 사그러들었고 비도 그친 상태였다. 처음 찾은 곳은 친수공간으로 조성한 산동교지구였다.
△유일한 친수공간 산동교 = 산동교 지구는 마치 지난 80년대 한강을 정비한 것처럼 말끔히 정리돼 있었다. 물줄기(영산강) 한 쪽을 따라 축구장과 다목적 운동장, 게이트볼장, 산책로, 자전거도로 등 시민들이 휴식공간으로 조성돼 있었다.
산동교지구는 이번 치수사업 구간 27.7km 가운데 조성된 유일한 친수공간 즉, 시민의 휴식공간인 셈이다. 하지만 이날은 강풍과 겨울비 때문인지 이 곳을 찾은 사람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산동교지구는 사업이전만 하더라도 각종 폐기물 매립지와 함께 무허가 공장들이 난립했었던 곳이다. 정비를 통해 매립됐던 폐기물을 모두 걷어내 종류별로 분류, 다시 소각하거나 재처리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그 자리에 시민 운동공간이 조성된 것이다. 특히,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는 한 쪽으로는 광주시내 중심을 통과하는 하천인 광주천과 만나게 돼 있다. 또 반대쪽으로는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첨단과학산업단지와 연결돼 있어 쉽게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몇 년전만 하더라도 악취가 진동하면서 외면받았지만 지금은 시민들의 산책로나 운동장으로 사랑받는 곳이 됐다"고 반겼다.
△개발보다 복원 = 영산강황룡강 치수사업의 핵심은 개발보다는 유수단면을 넓혀주면서 본래의 모습을 찾아주는 복원이었다.
이를 위해 하도정비는 물길을 그대로 살리면서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했다. 강 주위에 오랫동안 쌓인 퇴적토(표토)를 걷어내 한 곳에 임시로 모아 두었다. 그리고 표토 아래의 퇴적토를 굴착해 선별작업을 통해 골재(모래)와 자갈 등을 걷어내고 나머지는 표토와 함께 되메우기를 통해 하도정비선을 낮췄다. 즉, 강 유역 퇴적층의 높이를 낮춤으로써 유수단면을 넓혀 홍수가 발행해도 제방을 넘는 일이 없도록 한 것이다. 부산물로 생산된 골재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사비 재원으로 활용됐다.
정리된 둔치(고수부지)는 자생식물인 물억새와 갯버들을 그대로 복원했다.
정비사업을 맡았던 금호건설 현장 관계자는 "둔치를 정비하면서 강 주위에 원래 자생했던 물억새 등을 뿌리가 있는 그대로 채취해 한 곳에 모아두었다가 원래의 자리에 다시 이식하는 방법으로 생태계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가을철이면 물억새 꽃으로 수놓은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모습은 산동교에서 극락교, 서창교를 지나 황룡강에 이르기까지 마찬가지 였다. 이식된 식물은 주로 물억새, 갯버들, 줄 등이며 이식면적만 9만3595㎥에 이른다.
△인공습지와 여울 조성 = 서창교를 지나 황룡강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 진입하자 백수지와 여울이 나타났다. 백수지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습지다.
현장 관계자는 "원래의 물 줄기에서 한 쪽으로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어 여기서 들어오는 물을 정화해서 다시 내보낼 수 있도록 습지를 조성했다"며 "이 습지가 조성되면서 수질이 더욱 깨끗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울도 만들어졌다. 여울은 일종의 저수지 역할을 하면서 폭기작용을 통하여 용존 산소량을 증가시키고 여울에 정착되는 부착조류 등에 특정 수생생물의 먹이를 제공하는 등 수생 생물의 서식처 역할을 한다. 여울은 본촌1지구 등 8개지구에 12곳이 만들어졌다.
물고기의 편안한 이동을 도우면서 산란지 역할도 해주는 물고기 이동 통로인 '어도'도 4곳에 만들어졌다. 어도는 말 그대로 물고기들이 상,하류 이동을 원할히 할 수 있도록 해 어종의 보존이나 어류분포를 늘리기 위한 것. 이번 정비사업에서 친수공간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시멘트가 들어간 곳이다. 하지만 어도도 단순히 시멘트로 계단을 만든 것이 아니라 강에 존재하는 돌을 그대로 옮겨다 시멘트 위에 다시 쌓음으로써 최대한 자연을 살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