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렇게 장관이 하고 싶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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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1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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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때 되면 장관 한 번 해야 하는데…”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마음이 급해진 모양이다. 진영 의원이 15일 국회의원 장관직 겸임 금지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하자 이같이 반대하고 나섰다.

여당 원내대표라는 후광을 등에 업고 공개석상에서 ‘싹’을 잘라 버린 셈이다. 

물론 그가 장관직을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홍 원내대표 같은 베테랑 법조인이자 정치인의 입각은 단점 보다는 장점이 많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발언에는 현직 국회의원이자 4선 정치인으로서의 신중함과 배려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법안발의는 국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원 각자의 기본적인 의무이자 권리이다. 모든 사람들이 교육, 납세, 국방의 의무를 지고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동시에 국회의원들은 ‘민의를 대변한다’는 신성한 의무가 있는 만큼 모든 발의 과정은 이미 개인 차원의 성질도 아니다. 

그런 것을 타당한 설명 없이 ‘개인적인 이유로 발의하면 안 된다’ 식이면 겉으로 보기에도 지도부의 힘으로 억누르겠다는 꼴이 아닌가.    

홍 원내대표가 법무부 장관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 그의 강한 소신 때문인지 청와대가 입각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최근 심기가 불편한 것도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는 내용이다.

지도부에서 공개적으로 싫다고 하는데 소신을 갖고 밀어붙일 수 있는 당원이 몇이나 될까.   

설사 본인은 그런 뜻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특히 여의도 정가에선 이는 기본상식에 속한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온 나라가 뒤집힐 수도 있고, 특히 지도부라면 더욱 입단속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재보선이 다가오면서 정계거물들의 복귀나 입각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현직의원이자 집권여당 원내대표까지 분위기를 타면 ‘경제위기는 어쩌고?’라는 비난도 당연히 나온다. 

홍 원내대표의 위치쯤 되면 ‘나도 해야 하니까 안 된다’ 보다 ‘더 논의를 거쳐보겠다’거나 ‘공청회를 열어 반대의견을 수렴하겠다’ 등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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