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나 숙명이라는 게 실제로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 노력해 왔고, 마침내 꿈을 이룬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 그런 노력파의 발언치고는 아이러니하면서도 로맨틱한 맛이 있다.
그 옛날 방송프로그램 ‘수사반장’을 시청하면서 천진난만하게 ‘저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봤던 소년이 정말로 서울지검 검사로서 활약하게 된 것.
하지만 검사생활은 생각처럼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수사반장’처럼 멋있게 악의 무리를 응징한다는 동심에서 채 깨어나지 못
한 박 의원에게 ‘정부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과 법조계 상황은 도저히 공존할 수 없던 현실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보낼 일각의 여유조차 없었던 바쁜 일정도 그를 절망의 나락으로 떠밀었다.
당시 박 의원은 ‘나쁜 사람들을 법으로 혼내 주는 일’ 대신 ‘법을 바꾸어 세상을 변화시키자’며 발상을 전환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18대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초선임에도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경기도당 동부권 당원협의회 본부장 등 요직을 맡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도 그의 순수한 열정과 업무에 대한 판단력, 돌파력 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런 박 의원은 형식이나 제스처도 싫어한다. 금배지도 달고 다니지 않는다.
일례로 그는 지난해 김문수 지사와 경기도 내 당 의원들 상당수가 참석한 수도권 규제철폐 규탄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또 당 의원들과의 미국산 쇠고기 스테이크 시식회에도 불참했다. 당시 그의 대답은 “지역구인 용인 기흥 챙기기에 모자라는 시간을 아껴 쓰겠다”였다.
그의 말마따나 그에게 주어진 ‘숙명’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셈이다.
최근 박 의원이 사형제 폐지 논란과 관련해 명쾌한 논리를 펼치는 것을 보니 ‘수사반장’을 진지하게 시청하던 호기심 많은 소년의 모습이 오버렙 된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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