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신용보증재단에 근무 중인 김 모(30)씨는 지난 1월, 신입사원 임명장 수여식 도중 단상 위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최근들어 보증업무가 크게 늘어 잠을 제대로 못잔 탓에 과로로 정신을 잃은 것이다. 건강에는 큰 지장은 없었지만 김씨는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정부에 대한 신용보증기관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중소기업 및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보증 확대 방침에 따라 업무량은 크게 3배까지 늘었지만 인력 확충은 없어 피로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기신용보증재단은 지난해 12월부터 노조와 협의를 거쳐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고 전 직원들이 토요일 의무 출근제와 일요일 선택 근무제를 실시했다.
대출보증업무가 크게 늘어 기존의 업무량으로는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신보는 올해 1월 보증 상담건수는 5145건(보증금액 1425억1600만 원)으로 지난해 1월의 1852건(보증금액 1090억5800만 원)의 277.8%(130.7%)에 이른다. 접수실적은 1170건에서 3666건으로 313.3% 증가했고 보증서 발급은 813건(333억1300만 원)건에서 1761건(459억9200만 원)으로 216.6%(138.1%) 증가했다.
하지만 이같은 업무량 증가에도 인력확충은 신입사원 9명에 불과했다. 경기신보의 영업점(총 16곳) 1군데 당 0.56명 밖에 늘지 않은 셈이다.
이에 현업에 종사 중인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신보 지점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새벽은 돼야 퇴근하는 경우가 숫하고 쉬는 날도 한달에 한 번 꼴이라 직원들의 피로가 한계에 달했다"면서 "최근 들어 과로로 쓰러지는 직원들이 종종 나오고 있어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업무 지시만 내렸지 산하기관 직원들의 고충은 전혀 감안하고 있지 않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신용보증기금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영업점의 경우 평일 퇴근시간이 보통 밤 11시를 넘기기 일쑤고 주말에도 대다수의 직원들이 근무에 나선다.
신보 지점의 한 직원은 "대출보증 확대를 실시하면 인력이 부족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인데 인력을 늘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며 "정부의 무책임함에 화가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 같이 악화되자 서울신용보증재단, 자산관리공사(캠코) 등 몇 몇 금융 공기업들은 인턴 채용을 계획 중이지만 효용성 여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기관의 주 업무가 보증이기 때문에 인턴 사원들의 역량을 믿기 어렵고 보증에 대한 책임 부여가 힘들기 때문이다.
서울신보 한 직원은 "인턴사원에게 재무제표를 보고 대출보증 심사를 맡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나중에 그 책임 묻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의 경제 위기에서 정부 산하 기관이 인력을 확충한다면 방만 경영이라는 사회적 질타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증기관들이 인력을 늘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업무 분산을 위해 사람을 새로 뽑는다면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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