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보기금으로 은행 지원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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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1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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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금 여윳돈 부족·모럴헤저드 우려

정부가 예금보험기금을 활용해 금융기관 지원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예금자 보호를 위해 적립한 돈으로 부실 징후가 있는 금융기관을 돕거나 금융권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16일 금융 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 강화를 위해 예보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 등 정부가 출연한 펀드를 활용해 금융기관에 대한 선제적 자금지원에 나서는 방안을 금융위원회 등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예금보험위원회가 관련 안건을 상정해 의결하면 예보는 올해 기금 운용 계획을 수정 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와 한나라당은 금융위기가 터지자 1단계로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를 도와주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2단계로 예보기금을 활용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지금까지 정부와 한은이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금융시장에 투입한 만큼 여윳돈이 많지 않은 것도 예보기금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다.

이민환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리스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보기금을 사후 처리 수단으로만 활용할 경우 기금 손실이 매우 커질 수 있다"며 "기금을 활용해 선제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예보기금을 금융기관 지원에 활용하기에는 적립액이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예보기금 잔액은 4조8000억원으로 총 예금 대비 적립률은 0.57% 수준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예보가 금융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예보기금을 이용하려는 것 같다"며 "그러나 앞으로 금융권의 부실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실 채권 등을 매입하기 위한 기금 여윳돈이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예보기금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올 들어 적정 수준의 기금이 적립되면 금융기관의 보험료를 감면해주는 목표기금제와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 및 위험 수준을 반영해 보험료를 산정하는 차등보험료율제가 시행되면서 각 금융기관이 내는 보험료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 연구위원은 "예보기금 중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많은 기금 적립액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자 보호를 위해 쓸 돈을 금융기관 건전성 강화에 사용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정도에 어긋날 뿐 아니라 지원을 받은 금융기관이 부도가 나기라도 하면 엄청난 경제적·정신적 충격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혹시라도 정부가 예보기금을 부실 금융기관 지원 뿐 아니라 대출 여력 확대를 위해서도 사용할 생각이라면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이미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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