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김수환 추기경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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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17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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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가톨릭계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16일 오후 6시12분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향년 87세로 선종(善終)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김수환 추기경께서 우리 곁을 떠나 하느님 품안에서 선종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추기경께서는 노환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미소와 인간미를 잃지 않으셨고,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리스도의 평화와 화해 메시지를 전했다"며 애도했다.

   서울대교구는 "김 추기경의 사인은 폐렴으로 인한 급성 호흡부전"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며 "정 추기경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20일 오전 10시 서울대교구장으로 장례미사를 치르고 장지는 경기도 용인 천주교 성직자 묘역에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인의 주치의였던 강남성모병원 정인식 교수는 "추기경께서는 노환에 따른 폐렴 합병증으로 폐기능이 떨어져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스스로 호흡했다"면서 "선종 때까지 큰 고통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추기경께서는 평소 늘 하시던 말씀대로 임종을 지켜본 교구청 관계자들과 의료진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남기고 가셨다"고 고인의 마지막 순간을 전했다.

   서울대교구 허영엽 문화홍보국장은 "김 추기경께서는 찾아온 수녀와 신부들에게 2-3일 전부터 '사랑하라'는 말을 무척 많이 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해 7월 노환으로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한 뒤 10월께 호흡 곤란으로 산소 호흡기에 의존하면서 위중설이 나돌기도 했다. 고인은 전날부터 갑자기 폐렴증세를 보이다 이날 오후들어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1989년 성체대회 때 약속한대로 장기기증을 위해 이날 오후 7시20분께 안구 적출 수술을 받아 두 사람에게 안구를 기증했으며, 시신은 이날 밤 빈소가 마련된 명동성당으로 운구됐다.
1922년 5월 대구에서 출생한 고인은 1951년 사제품을 받았고 1966년 초대 마산교구장을 거쳐 1968년 대주교로 승품한 뒤 서울대교구장에 올랐다.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한국인 최초 추기경으로 서임된 고인은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아시아 천주교 주교회의 구성 준비위원장 등을 역임한 뒤 1998년 정년(75세)을 넘기면서 서울대교구장에서 은퇴했다.

   고인은 1971년 성탄 자정 미사에서 장기집권으로 향해가는 박정희 정권의 공포정치를 비판하는 강론을 한 것을 시작으로 유신독재와 싸웠고,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때 권력에 맞서 싸우는 마지막 보루로 명동성당을 지켜내는 등 이 땅의 민주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고인의 선종 소식이 전해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추기경을 잃은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애도했고, 정치권과 종교계, 일반 시민들도 "이 땅의 큰 어른을 잃었다"며 슬픔을 표시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고인의 빈소를 명동성당에 마련해 누구나 조문할 수 있도록 했고, 명동성당 입구에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선종, 주님 스테파노 추기경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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