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기자는 “술 한 잔 사달라”는 말에 취업준비생인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밝은 표정이었지만 오랜 친구의 눈엔 어쩔 수 없이 어두움이 발견됐다. 그런 것을 아는지 친구는 “내가 바로 그 유명한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다”라며 실 없는 농담을 했다.
경기침체가 악화됨에 따라 고용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일할 능력이 있으면서 그냥 쉬는 사람이 177만명에 달했다. 여기에 실업자(84만8000명), 취업준비자(52만9000명), 구직단념자(16만5000명), 주당 18시간미만 일하는 취업자 중 추가 취업 희망자(15만2000명)등을 합치면 백수로 분류되는 인구는 350만명에 육박한다.
여기에 2월 졸업시즌에 사회로 몰려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졸업생들 약 50~60만명과 경제위기에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꺼리고 있는 분위기까지 더하면 고용시장은 ‘대란’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야말로 쇼크 상태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는 실업자 구제 정책이라는 것이 잡셰어링과 청년인턴제도라고 하는 그럴싸한 카드을 ‘언급’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잡셰어링이 고용불안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정부대책에 오르내린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신규인력 채용규모와 초임삭감 폭은 나오지 않고 ‘자료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청년인턴제도 역시 10개월의 인턴과정이 끝난 후에 다시 백수로 분류될 이들에 대한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아 청년실업률을 일시적으로 낮추기 위한 제도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과감한 대책이 필요한 현 시점에서 이같은 정부의 대책들은 종합·근본적인 색채가 없고 다소 긴장감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 제2기 경제팀 수장이 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조만간 발표 예정인 정부의 일자리 대책에 기대가 걸린 것도 사실이다.
다만 윤 장관이 취임식에서 “일자리 없는 청년과 가장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는 말과 지난 밤 꼬깃하게 친구 앞 재떨이에 쌓여만 가던 담배꽁초들이 묘하게 매칭되며 새 일자리 대책의 깊이와 무게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김한나 기자 han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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