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에쿠스/현대차 제공 |
국내외 대형차급 선두 자리를 노리는 현대차의 신형 에쿠스가 실제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부분 이미지만 공개된 터라 양산 모델이 외부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최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17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신형 에쿠스와 벤츠, 렉서스 등 수입차와의 비교시승회를 개최했다.
시승 모델은 신형 에쿠스 380과 460이고, 벤츠는 S350L과 S500L 모델, 렉서스는 LS460L이었다. 국내에 비교대상 차량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벤츠와 렉서스, BMW 7시리즈를 타깃으로 삼았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단, 세 차종간 엔진이나 트랜스미션 등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어렵다.
신형 에쿠스를 본 첫 느낌은 이전 버전보다 중후한 느낌은 덜했지만, 내장은 기존 에쿠스 보다 고급스러워졌다는 점이다. 외관은 다소 날렵하게 빠진 고급 수입차들의 이미지를 많이 닮아있어 인지 눈에 익었다. 비교 차종이 나란히 서 있으면, 뒤에서는 곧바로 알아보기 힘들었다.
실내는 차종별로 특징이 있었지만, 에쿠스 운전석 중앙 센터페시아는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기능의 버튼이 집합해 있다. 리얼우드, 리얼알미늄 등 리얼소재들이 내부의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편안함과 안락함을 모토로 삼은 뒷좌석에는 마사지 기능도 탑재됐다.
처음 몸을 실은 차량은 에쿠스 460 모델. 버튼시동장치를 누르자 부드럽게 시동이 걸렸다. 이 모델에 적용된 4.6리터급 타우엔진은 현대차가 독자 개발해 미국에서 2009년 10대 최고 엔진에 선정된 바 있다.
고속주행로 운전은 전문드라이버에게 맞기고 뒷좌석 승차감을 느끼기로 했다. 후륜 구동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기 때문에 변속충격이 거의 없다. 시속 40km/h를 넘어서자 벨트가 살짝 당겨진다. 새롭게 적용된 프리 세이프티 시트벨트 시스템이다.
전체 길이가 4.5㎞인 고속주행로에서 최고 시속 220㎞/h(속도제한 240㎞/h)를 냈지만, VIP를 위한 차량답게 뒷좌석 승차감은 안정적이었다.
이번에는 직접 운전을 해 볼 차례. 지그재그로 차량을 운전하는 슬라럼 코스와 원선회 코스에서도 신형 에쿠스의 부드러움은 변하지 않았다. 격한 핸들링에서도 에쿠스는 큰 덩치에 비해 운전자의 의도를 부드럽게 받아줬다.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쏠림이 적었다.
반면 벤츠와 렉서스는 에쿠스에 비해 서스펜션이나 핸들링, 브레이크 성능 등에서 차이가 났다. 벤츠는 유럽식의 다소 딱딱한 서스펜션과 묵직한 브레이크와 핸들링이 특징이어서 에쿠스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부드러움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호감가는 대목이다. 렉서스는 에쿠스와 비슷했으나, 부드러움은 한 수 아래였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차선이탈감지 시스템이다. 이 기능은 고급 세단이면 대부분 차용된 것이지만, 에쿠스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바로 세계 최초로 중앙선과 일반 차선의 색을 구분해 작동한다는 것이다. 노란색 중앙선을 넘어가면 약한 경보음과 함께 운전석 벨트가 죄여진다. 미리 경고를 해 사고를 막아주는 것이다. 흰색은 경고음을 낸다.
차에서 내리며 느낀 것은 중소형차로 세계의 벽을 넘었던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필두로 대형 세단 시장에서 오래 벼린 날을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벤츠나 BMW, 렉서스와 같은 타깃 차종을 넘어서겠다는 자신감이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됐다.
현대차 양승석 사장은 “대한민국과 현대차가 원하던 차량이 등장하게 되었다”며 “옛 명성을 그대로 이어받아 국내 시장의 5%를 점령하고 있는 수입차에 맞서는 동시에 전 세계 자동차 시장과 도로를 누비며 대한민국 자동차의 기술력을 빛낼 것이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확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3월 중순께 시장에 등장하게 될 신형 에쿠스의 가격은 리무진이 1억3000만원, 460이 9000∼1억, 380모델이 8000만 원 대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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