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없는 경기불황으로 한 푼의 자금이 아쉬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벌써 인플레를 우려하며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고심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약 3조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 경기 회복기에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물가연동국채(TIPS)의 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줄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그렇다면 어디에 투자해야 인플레 위험을 차단할 수 있을까. 마켓워치는 16일(현지시간)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 ETF(상장지수펀드)를 꼽고 특히 금이나 TIPS 및 미국 장기 국채(T-Bond) 수익률, 환율 등에 연동되는 ETF를 인플레에 강한 투자 대상으로 제시했다.
우선 안전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는 금은 오래 전부터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인플레가 심화돼 정부가 자국의 통화가치를 내리더라도 금의 가치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금값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전망도 밝은 편이다. 지난주 미 재무부가 금융구제안을 발표하자 주식시장으로 실망감이 확산되면서 금 선물 가격은 오히려 온스당 9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국제 금값의 등락률과 엇비슷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금 ETF로도 자금이 몰려 금 ETF의 금 보유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조만간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물가연동채권의 수익률을 좇는 TIPS ETF도 인플레에 강한 투자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TIPS는 투자자에게 고정된 발행 수익률을 보장한다. 대신 원금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연동돼 물가가 오르면 원금이 불고 물가가 내리면 원금이 깎이도록 설계돼 있다. 인플레에 강하지만 디플레에는 약한 구조다.
미국 장기 국채도 지난해 신용거품이 터진 가운데 안정성을 유지한 몇 안되는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미국 장기 국채에 대한 투자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오히려 또 다른 거품을 형성해 수익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인 마크 헐버트는 "수익률이 하락할 것 같으면 ETF를 공매도하라"고 조언한다. 국채 수익률이 떨어질 때 상승하도록 설계된 ETF에 가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 외국 통화에 투자하는 ETF에 투자할 수도 있다. 다만 인플레 위험은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세계적인 인플레로 고정자산에 대한 통화 가치가 전반적으로 하락한다면 상품에 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마켓워치는 지적했다. 특히 ETF는 최근 목재와 곡물, 가축, 금속류, 석유 등 대부분의 상품과 천연자원을 투자 대상으로 편입하고 있어 선택의 폭도 다양하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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