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체들이 대형마트와 손잡고 주유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불황으로 혹한기를 겪었던 대형마트들의 주유소 사업은 매출상승에 기여하면서 쾌재를 부르고 있는 반면 정유업체들의 경우 마트주유소에 대해서는 불신의 표정이 역력하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석유 공급 시장에 경쟁을 유도하고자 하는 정부 입장과 마트주유소와 경쟁이 불가피한 인근 자영 주유소 등의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정유업계는 마트주유소 신설이 공급처만 늘어날 뿐 판매량 분산으로 전체 판매수익에 일절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지식경제부 성시헌 석유산업과장이 대한석유협회보에 기고한 '2009년 석유산업 정책 방향'이라는 기고문에 따르면 마트주유소 신설이 수도권에 5~6곳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8곳이 계획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기존 용인 구성점 외에 작년 12월 26일 경남 통영점을 오픈했으며 이 밖에도 군산점, 순천점 등 5~6개 지점에 주유소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농협 등의 대형마트들도 주유소 사업 진출을 잇달아 선언하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주유소가 다른 주유소들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며 "판매량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마트주유소 신설 계획조차 잡아놓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못박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주유사업 진출 목적은 다른 상품의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라며 "대형마트와 함께 주유사업을 해서 별로 득이 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유업체들이 마트주유소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표시에도 불구하고 주유소 관계자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자영 주유소들이 인근 대형마트 주유소보다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마트주유소가 들어서면서 전체 판매량의 17%가 빠졌으며 경쟁을 포기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그는 "그 동안 허가 단계에서 4차 궐기대회를 열면서 대형마트와 손잡는 정유업체들에 항의를 표시하고 있으나 연일 방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서 "주유소 사업에 진출하는 대형마트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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