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촉발된 경제 침체현상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온통 경제살리기를 위한 정책 짜내기에 골돌하고 있음을 본다.
.이러한 북새통에서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민생의 기본을 이루는 먹거리 공급 확보 정책을 들 수 있다. 즉 우리 국민을 위한 식량공급원을 확고히 하고 국제통상협상에서의 농산물시장 개방 압력에 떳떳히 대처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일이다.
돌이켜 보면 주요 국제통상협상이 있을 때마다 농업부문(특히 쌀)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얼마나 곤란하게 했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우리도 외국의 비옥한 땅에서 질 좋은 쌀을 대량생산할 길이 없을지 고심해 오던 터였다.
사실 우리의 해외 농업개발투자는 과거 몇 차례 시도된 적이 있다. 60년대에는 정부주도로 중남미지역에, 80년대에는 민간주도로 중국지역에 농업개발투자를 한 적이 있으나 큰 결실을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현지실사에 철저하지 못했고, 해당국가의 이민 및 영농정책이 우리에게 크게 불리했었는가 하면, 우리나라 이주영농자들의 목적이 농업개발보다는 이웃 선진국으로 이탈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해외영농투자를 위해서는 네 가지 측면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첫째, 해외영농기지의 선정이다. 이대통령은 러시아의 연해주나 동남아지역을 언급했는데 좋은 발상이라고 본다. 먼저 땅이 기름지고 일조량이 풍부한 연해주는 러시아 정부가 이미 여러 외국기업에 50년씩 장기임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중공업, 남양알로에, 하림 등도 9억 평 가량의 농지에서 질 좋은 쌀을 생산하고 있다. 동남아지역으로의 효과적인 영농진출은 솔로몬 군도에서 큰 수익을 거둔 이건산업이 좋은 예이다. 땅을 조차해서 영림산업을 일으켰고 많은 양의 원목을 수출하고 있다. 국가에 따라 외국인 영농진입을 크게 환영하는 곳이 있고 그렇지 못한 곳이 있으므로 적절한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둘째, 외국에서 쌀을 생산해 들여온다면 쌀농사에 의존하는 국내 농민들의 피해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문제다.
이에 대한 해답은 이들에게 해외영농기지 진출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그 방법은 정부가 해외영농공사(가칭)를 설립하여 농민들로부터 농지를 기탁받고, 이를 담보로 외국의 땅을 조차할 기금을 조성하여 농지를 기탁한 농민들에게는 공사의 주식을 부여하는 것이다.
즉 기탁한 농지는 다른 용도로 가장 유리한 생산활동에 활용하고, 농민들은 해외영농공사의 주주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농민들은 두 가지 기회가 주어진다.
하나는 농민의 자격으로 해외영농에 직접 참여하거나 아니면 주주의 자격으로 영농공사의 수익을 배당받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직접농사를 짓지 않으므로 유휴노동력으로 전락할 수 있으므로, 정부는 이들에게 다양한 공익사업을 위탁할 수 있다. 농촌지역 발전을 위한 하개천보수•삼림보호•환경정화 등이 될 수 있겠다.
셋째, 해외 영농기지로의 진출을 시도할 때 해당국의 후생복지와의 연결이다. 과거 해외농업이주 정책의 실패는 우리의 이익에만 집착했던 것에 원인이 있다.
영농기지를 확보한 뒤 많은 인프라(도로•교량•상하수도•전기•통신 등)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이는 해당국 정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과 긴밀히 협력하여, 해당국의 경제 발전•인력 개발•보건복지 사업 등에 우리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비전을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와 병행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영농진출을 백 년 앞을 내다보고 기획해야 한다는 점이다.
첫 수확을 거둘 때까지 최소 3년은 기다려야 하며 그 이후 단계적으로 어떤 방식의 기지 확산이 필요한 것인가를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앞으로는 영농진출이 단순히 식량확보 차원이 아니라 신자원 (新資源) 개발이라는 의미를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식량기지의 확보는 현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해외에서 수확된 곡물로 막대한 양의 바이오연료를 생산할 수 있고 또한 국내에서 쌀농사 짓던 논들을 약초, 화훼, 각종 유기농산물등 우리의 경쟁력이 이미 세계에 알려진 것들을 생산하는 땅으로 전환 할 수 있다. 즉 우리의 농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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