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희망퇴직 실시하며 '돈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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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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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직자 위로금·학자금 명목 수억원씩 챙겨

높은 연봉과 성과급 우회 지급 등으로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져있다는 지적을 받아 온 은행들이 희망 퇴직을 실시하면서 퇴직자에게 수 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해 또 다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경제 위기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퇴직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쫓겨나온 퇴직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국민, 하나, 기업, 외환, 씨티, SC제일, 농협중앙회 등의 행원 14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들 은행은 희망 퇴직자들에게 적게는 22개월에서 많게는 36개월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전직지원비 형식의 위로금과 자녀의 학비까지 지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희망 퇴직을 신청한 행원들에게 24~34개월치 급여를 특별 퇴직금으로 지급했다. 또 직원당 2명의 자녀에게는 대학 학자금도 전액 지원하기로했다.

2004년 이후 5 년 만에 준정년퇴직제를 실시한 하나은행은 재직 기간과 연령에 따라 22~31개월치의 급여와 최대 2800만 원의 자녀 학자금을 지급했다.

SC제일은행도 희망 퇴직자 중 이사급에는 21~27개월치, 부장급 이하는 27~34개월치의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제공하고 최대 4000만 원의 학자금을 일시 지급했다.

씨티은행은 희망 퇴직자에 24~36개월치의 월평균 임금과 2000만 원 정도의 자녀 학자금을 지원했고 부산은행도 14~26개월 치 임금과 최대 1500만 원의 등록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명예퇴직을 실시한 외환은행은 10년 이상 근속자의 경우 30개월치, 20년 이상 근속자는 33개월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줬다.

기업은행과 농협도 각각 12~20개월, 20개월치 월급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퇴직 행원들은 평균 2~4억원 가량을 챙긴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돈보따리를 받고 나간 셈이다.

이는 일반 제조업 및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받는 퇴직금의 3~5배 이르는 규모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퇴사 전 3개월의 월급 및 인센티브 평균을 더해 근속 개월수로 곱한 뒤 12로 나눠 계산한다. 이 같은 계산을 거치면 10년간 근속한 과장의 경우 4000만~5000만 원 정도의 퇴직금을 받게 된다.

인천의 A호텔은 1년 근속시 1개월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제공한다. 예컨데 20년 근속자는 그 동안 받았던 월급 평균치의 20개월 분을 받게 된다. 실제로 이 호텔에서 25년 근무한 이사의 경우 2007년 말 퇴사하면서 퇴직금으로 1억5000만 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물산에서 10년 째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은행들이 전부터 희망 퇴직자들에게 후한 대우를 해온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2~3년 치 연봉에 자녀 학자금까지 준다는 소식을 들으니 부러움 반 착찹함 반"이라고 말했다.

중견 철강사에 다니는 최(31)모 씨는 "최근 회사가 어려워 퇴직금도 제대로 못 받고 거리로 내몰리는 선배들을 보면 한숨부터 난다"면서 "은행들이 자본건전성, 금융위기 운운하면서도 희망 퇴직자에게 수 억원의 퇴직금을 주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만약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이라면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의 주의 조치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퇴직금은 기업체와 개인이 맺은 사적(私的)계약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통제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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