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56개 상장사 결과 공시
"수익성 개선없는 장부이익 그쳐"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상장사가 봇물을 이루며 시세를 분출하고 있으나 이런 기업은 장부상 이익이 늘었을 뿐 수익성이 좋아진 게 아니기 때문에 투자에 앞서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자산재평가 결과를 공시한 상장사는 모두 56개사이며 이번주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 4곳과 코스닥시장 6곳을 합쳐 10개사에 달했다.
자산재평가는 장부에 취득가로 계상했던 기업자산을 시가로 다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 재평가 차익에 비례해 자본은 늘리고 부채는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산재평가 기대 과열=전문가들은 자산재평가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장부상에 그칠 뿐이라며 막연한 기대로 투자심리가 과열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자산재평가는 2000년 한시적으로 적용됐지만 오는 2011년 모든 상장사에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금융위기로 앞당겨 시행되면서 관련 공시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 2000년 이후 10년 동안 자산가치 상승분을 한꺼번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재평가 제도가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래소는 전달 21일 코스피 상장사에 한해 이를 허용했으나 형평성 논란이 일면서 이달 9일 코스닥 기업까지 확대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유자산에 대한 장부 기재방식을 바꿔도 기업가치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자산재평가란 재료만 가지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자산재평가를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차액에 비례해서 세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현금흐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산정보 미리 확인해야=자산재평가는 장부가액만 증가시키는 것임에도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듯한 착각을 부를 수 있어 투자에 앞서 자산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강수연 대우증권 연구원은 "자산재평가를 통해 차익이 발생해도 현금을 손에 쥐는 게 아닌 만큼 유동성과는 무관하다"며 "관련 종목에 투자할 때는 기업이 자산을 취득한 시기, 면적, 지역 같은 세부 정보를 사전에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자산재평가 결과를 공시한 뒤 주가가 반짝 올랐다가 이내 떨어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로만손은 전날 보유토지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46억2000만원에 이르는 차액이 발생했다고 공시한 뒤 가격제한폭까지 뛰었으나 이날 4.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지엠피도 보유토지에 대한 자산재평가 결과 155억원 규모 차익이 났다고 밝힌 뒤 14.0% 급등했지만 다시 5.2% 떨어졌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자산재평가를 통해 지나치게 높았던 부채비율을 낮춘 기업일수록 투자에 앞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장부상으로 부채비율이 떨어져도 실제 기업가치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자산재평가는 회계상으로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일 뿐 영업이익에는 도움이 안 된다"며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시가총액보다 자산재평가액이 크다는 점이 부각되며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이는 일회성 재료에 불과해 보인다"고 전했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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