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8원을 기록했다. 동유럽의 디폴트 우려와 GM의 파산신청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우려 등 여러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오른 것은 원·달러 환율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1588.74원까지 올라 1991년 고시환율 집계 이후 최고치였던 작년 12월 5일의 1598.07원에 근접했다.
가족이 외국에 살고 있거나 사업 관계로 외국에 송금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환장할 노릇이다. 1년 전과 같은 금액을 송금하기 위해 2배의 돈을 써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화 가치하락이 반가운 사람들도 있다. 해외에 거주하면서 한국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투자하는 금액은 같지만 환율급등으로 한국에서 건지는 것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부동산시장은 현재 최고의 투자가치를 보이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부동산 가격 자체가 낮아진데다 환율까지 급등해 만약 외화로 부동산을 구입한다면 1년전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50% 정도 낮은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다.
최근 정부의 2.12 대책으로 양도세가 면제되거나 50% 감면된 미분양 아파트도 좋은 투자대상이다. 재외국민도 양도세 감면이나 전매 제한 완화 같은 정부의 세제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환율 급등 후 한국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재외국민들의 문의도 급증했다. 시세차익외에 환차익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재외국민투자센터를 운영중인 루티즈커뮤니케이션즈의 박찬경 과장은 "작년 뉴욕에서 서울 서초구 반포 GS 자이 아파트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을때 교민들의 반응들이 뜨거웠다"며 "강남 3구 아파트 등 한국의 알짜 부동산들에 관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특히 뉴욕 및 LA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관심이 높다"며 "주로 찾는 투자 물건은 재건축 및 강남 3구의 기입주 매물외에도 양도세 면제와 취·등록세 감면 등 이중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에 집중돼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있었을 때와 1500원으로 올랐을 때의 동일 물건에 대한 가격 차이는 얼마일까.
분양가 11억원의 서울 서초구 반포 GS자이(전용면적 86㎡) 아파트를 예로 들면 환율이 1000원일 경우 이 아파트 구입을 위해 110만 달러가 필요하지만 1500원으로 오르면 약 73만 달러면 충분하다. 33% 정도의 환차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침체돼 있는 부동산 가격을 생각한다면 1년 전에 비해 약 50%를 싸게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다.
LA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2007년 말 만 해도 강남 핵심요지의 방 3개, 화장실 2개짜리 신축 35평짜리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110만 달러가 필요했는데 환율이 1500원대로 올라가면 73만 달러만 투자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50% 받는다고 가정하면 11억짜리 신축 강남아파트 구입에 35~40만 달러 정도만 있으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번 기회에 꼭 국내부동산을 매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유희석 기자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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