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7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상금 유입으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기를 기대했던 건설사나 부동산중개업계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문정·신내·위례·회천·향동·마곡·동탄지구 등 수도권 7개 주요 개발지역에서 풀리는 토지보상금은 13조원에서 최대 17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풀린 돈만 5조원이 넘는다.
부동산업계는 토지보상금 가운데 상당액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 되면서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구원투수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보상금 대부분이 금융기관에 예치된 상태로 남아있을 정도로 부동산 시장으로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신내동 부림공인 김세근 대표는 "토지보상금을 받은 사람들의 재투자를 통해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보니 보상자들이 보상금을 은행에 예치해 두고 집값이 더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랑구 신내지구(제3택지개발지구)의 토지보상규모는 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보상금 지급이 완료된 상태다.
향동지구도 거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향동 대성공인 박순래 대표는 "부동산을 통해 갑자기 큰 돈을 갖게 됐어도 요즘은 부동산에 다시 투자하는 사람이 없다"며 "전화 문의만 올 뿐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정과 위례지구의 토지보상금 지급 진행으로 호재를 볼 것으로 여겨졌던 문정동에서도 거래없이 잠잠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정동 우리공인 남기찬 대표는 "몇 백억, 몇 십억을 받은 보상자들도 있다고 들었지만 부동산에 투자하러 오는 고객은 현재로선 없다"며 "문정과 위례지구에서 지급된 토지보상금의 10분의 1만 부동산 시장에 흘러 들어와도 시장이 살아날 텐데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안정해 보상자들이 쉽게 돈을 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조금만 활기를 찾으면 다시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2006년의 경우 토지보상금 가운데 약 38% 정도가 부동산에 재투자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부동산에 관심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대부분 다시 제기되는 위기설 등 불투명한 시장환경에서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3,4월 위기설이 잘 마무리되고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언제든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