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한미동맹과 북핵.북한문제 등 양국 현안, 금융위기와 아프가니스탄 재건 등 범세계적 문제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양 장관은 특히 오바마 정권 출범이후 일부에서 제기됐던 한.미 간 불협화음 우려를 불식시켰으며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정권교체에도 한미동맹은 공고하고 북핵문제 등에 있어 양국간에 철저한 공조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 한.미 간 마찰음을 낼 가능성이 있는 현안은 깊이있게 다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북한문제서 한.미 한마음" = 양국 장관은 탄탄한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북핵을 비롯한 북한 문제에 대처해 나갈 것임을 확인했다.
북한 핵보유 불용, 6자회담을 통한 북핵폐기, 미사일 발사 움직임 중단 촉구 등에 한목소리를 내며 한.미 간에 이견이 전혀 없음을 과시한 것.
한.미는 이번 회담으로 미 민주당 정권이 출범하면서 보수성향의 이명박 정부와 북핵문제 대처 등에 서 엇박자가 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 전략도 효과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특히 클린턴 장관이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한국을 비난함으로써 미국과 다른 형태의 관계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한 대목은 북한의 대남 강경책이 계속된다면 북미관계 진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와 다름없다.
클린턴 장관이 전날 언급해 파장을 낳기도 했던 북한의 후계문제와 관련된 사항은 회담에서 크게 다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당국자는 "미국 측에서 아침에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지 준비된 발언은 아니었으며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고 전해왔다"면서 "회담에서도 특별히 거론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 동맹 발전방향에 공감 = 양 장관은 회담에서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이를 미래지향적인 21세기 전략동맹으로 심화.발전시키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해 한.미 양국 정상의 합의를 재확인한 것으로, 미국의 정권교체에도 한미동맹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임을 확고히 했다는 분석이다.
양국은 이에 따라 연내 이뤄질 정상간 교차방문을 통해 '한미동맹 미래비전선언' 채택을 추진하고 2012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동맹 재조정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 미래비전'은 한.미가 작년에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것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와 양국간 신뢰를 바탕으로 안보뿐만 아니라 환경, 기후변화, 빈곤, 평화 재건.유지 등 21세기 환경에 맞게 다양한 의제에서 협력하는 동맹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한.미는 또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환경, 에너지.자원, 기후변화, 빈곤, 평화재건 등 국제적 이슈에 대해 상호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 아프간.FTA 등은 원론적 협의 = 하지만 아프간 재건과 한.미 FTA 등 세부 현안은 원론적인 수준에서 다뤄졌다.
유 장관은 회담에서 아프간 재건과 관련, 아프간 현지에 파견된 민간재건팀(PRT) 요원의 규모와 역할 확대 등 기여확대의 방향에 대해 클린턴 장관에게 설명하고 미국 측은 이에 사의를 표했다.
외교 당국자는 "클린턴 장관이 파병을 직접 언급하거나 이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클린턴 장관은 회견에서 `한국에 대해 파병을 요청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해 향후 아프간 전황 등에 따라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회담에서는 유 장관이 주로 한.미 FTA 체결의 의의와 양국관계에 미칠 긍정적 영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클린턴 장관은 이에 공감을 표하는 수준에서 언급됐다고 외교 당국자는 소개했다.
외교 당국자는 "한.미 FTA는 미 무역대표부(USTR) 소관이기 때문에 클린턴 장관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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