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통신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KT와 SK의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통신시장은 이미 KT그룹(KT-KTF), SK그룹(SK텔레콤-SK브로드밴드), LG그룹(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의 3자 구도로 자리를 잡았고, 여기서 KT와 SK가 좀더 유리한 사업환경을 만들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통신업계 맏형인 KT는 유선시장의 성장 정체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SK텔레콤의 추격도 큰 부담이 돼 KTF와 합병을 일찌감치 준비해왔다.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해 컨버전스 시장을 선점하려는 SK텔레콤의 입장에서는 합병을 통해 덩치가 커진 KT를 상대하기가 더욱 버거워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합병를 결사 반대하고 있다.
SK진영에서는 KT가 가진 유선시장의 지배력 원천이 '필수설비(통신주, 관로, 가입자망)'라고 주장하며 합병시 유선시장의 시장지배력이 무선시장까지 확대될 수 있어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KT는 KTF와의 합병과 '필수설비'는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합병으로 인해 시장 지배력이 전이되는 문제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필수설비'를 독점해 유선시장 1위가 된 KT와 '황금주파수'를 독점해 무선시장 1위가 된 SK텔레콤은 그동안 '필수설비'와 '황금주파수' 문제가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서로 '쉬쉬'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KT-KTF 합병 논쟁에서 '필수설비' 문제가 거론되면서 KT와 SK는 '분리'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신세기통신 합병을 통해 황금주파수를 독점해오고 있지만 앞으로 황금주파수 재분배가 이뤄지고 3세대, 4세대에서는 황금주파수 독점이 시장 지배력의 원천이 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KT의 '필수설비' 분리를 통해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통신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필수설비나 황금주파수 등 시장 지배력의 원천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후발사업자들이 영원히 넘을 수 없는 벽을 구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합병을 가정한다면 KT가 SK보다 휠씬 유리하게 사업환경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SK가 사활을 걸고 합병 반대를 외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필수설비'와 SK텔레콤의 '황금주파수'는 그동안 끊임없이 독점과 공유 문제가 제기돼왔다.
'필수설비'의 경우 KT가 후발사업자들에게 임대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임대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아 임대율이 매우 저조한 상태다.
'황금주파수'도 후발사업자들이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차원에서 산간·오지 등 일부지역에서 음영지역을 없애기 위해 로밍(공유)을 요청해왔지만 SK텔레콤의 거부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필수설비'와 '황금주파수' 문제는 그동안 기업들이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유리한 사업환경을 만드는데만 초점이 맞춰져 정작 소비자 편익적인 측면에서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 안타깝다.
따라서 '필수설비'와 '황금주파수'는 소비자 편익을 위해 '분리' 또는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통신업계는 지배력 원천을 확보하고 보호하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서비스 경쟁을 통해 통신시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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