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발 금융불안이 기축통화인 달러 수요를 격증시키면서 일본계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을 포함한 외국자본이 국내에서 일시에 청산될 것이란 '3월위기설'로 금융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유럽 국가군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확산된 이달 10일부터 20일까지 코스피는 1202.69에서 1065.95로 무려 136.74포인트 급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9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1조5000억원 넘는 자금을 회수했다.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은 원화 약세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탓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 원ㆍ달러 환율은 작년 말 1259.50원에서 이달 20일 1506.0원으로 두 달도 안 돼 246.5원 급등했다. 이 기간 원화는 달러화 대비 16.37% 절하돼 세계에서 절하율이 가장 컸다.
전세계적으로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엔화가 비교우위를 상실한 점도 과거 저금리로 들어 왔던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일본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이 모두 130억달러로 이 가운데 3월 만기도래액이 20억달러에 불과해 3월위기설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외 금융기관이나 헤지펀드가 일본에서 빌린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얼마인 지는 추산조차 안 되고 있다. 이 돈이 국내에서 일시에 이탈할 경우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1990년대 후반 이후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이어 온 엔화마저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여기에 각국 정부가 앞다퉈 제로금리를 채택하면서 엔화가 유지해 온 비교우위도 의미가 사라졌기 때문에 엔 캐리트레이드 관련 자금 회수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금융위기 당시엔 일부국가 통화만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면 동유럽발 금융불안에 따른 충격이 전세계로 확산된 이달 들어선 각국이 기축통화인 달러 확보에 나서면서 달러화가 주요국가 통화에 대해 일제히 강세로 돌아섰다.
특히 엔ㆍ달러 환율은 20일 기준으로 달러당 94.15엔을 기록하며 작년 말 90.63엔 이후 4.06% 절하됐다. 엔화 강세가 가장 두드러졌던 작년 12월17일 87.88엔과 비교하면 절하율은 무려 7.01%에 이른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동유럽발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달러화가 주요국가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엔화가치 하락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일본내 외국계 자금 이탈이 가속화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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