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위기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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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2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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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아니라 2월이 위기다." 원ㆍ달러 환율이 심리적인 저항선으로 여겼던 1500원선마저 돌파하자 국내 금융시장에선 이미 위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3월 위기설'은 일본에서 저금리로 유입된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내달 결산시즌을 앞두고 일시에 청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핵심이라면 '2월위기설'은 동유럽에서 불거진 금융불안이 기축통화인 달러 수요를 격증시켜 원화와 주가가 같이 급락하는 악순환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보다 구체적인 우려에서 비롯되고 있다.

22일 금융ㆍ증권업계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은 작년 말 1259.50원에서 이달 20일 1506.0원으로 두 달도 안 돼 246.5원 급등했다. 이 기간 달러화 대비 원화는 16.37% 절하되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절하율을 기록했다. 이런 이유로 달러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원ㆍ엔 환율도 같은 기간 1393.89원에서 1599.41원으로 205.52원 오르며 사상 최고로 뛰었다. 원화자산에 대한 투자매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달러자금 수급 비상=달러당 1500원도 더 이상 고점이 아니란 인식이 굳어지며 역내ㆍ외에서 모두 달러 매물이 급속히 줄고 있어 달러화 수급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뛰는 것은 동유럽 금융불안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추종이 심화되면서 세계 각국이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확보에 불을 켜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던 작년 10월 금융위기 때는 전세계에서 유독 원화만 하락했다"며 "당시와 달리 이번엔 거의 모든 국가 통화가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연초 이후 추세로 굳어지면서 3월 위기설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2월 들어 국내에서 달러 매물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환율이 더 뛸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며 "역내ㆍ외를 막론하고 환율 1500원이 고점이 아니란 판단으로 달러를 사들이고 이로 인해 환율이 오르는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3월위기설 가운데 일부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환율 고점예측 불가=원ㆍ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서면서 직전 고점인 작년 11월24일 1513원마저 돌파할 기세다. 작년 말 1250원대로 안정시켰던 환율이 두 달도 안 돼 원래대로 돌아가자 전문가 사이에선 달러 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를 예측하는 게 무리라는 반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원화 약세로 국내 주식ㆍ자산 가치가 연일 떨어지고 있지만 통화스와프 자금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쓸 재료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동유럽발 금융불안이 서유럽에 이어 전세계로 번질 태세여서 환율 상승압력은 더욱 확대되고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급속히 발을 빼고 있다.

이영곤 연구원은 "동유럽권 국가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점증되면서 여기에 투자한 서유럽 은행도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유로화 절하가 예상되니 글로벌 달러 강세는 계속되고 전세계적으로 달러자금 회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도 콜시장에서 조달하는 엔화자금 규모를 2007년 말 10조1000억엔에서 작년 말 2조7000억엔으로 급격히 축소하며 자금회수에 나섰다. 이달 들어선 이 규모가 1조엔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마주옥 연구원은 "소니를 포함한 일본 대기업도 해외에서 달러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국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구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일본 내에세도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있어 엔 캐리트레이드란 말 자체가 사라질 지경이 됐다"고 전했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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