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자 보은인사 논란도
국회가 최근 대변인(1급 상당)을 신설했으나 기능을 규정짓지 않은 채 자리만 만들어놓아 '허수아비 대변인'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보은인사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신설된 국회 대변인직을 둘러싼 진통은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는 지난 13일 본회의에서 국회 대변인을 신설하는 내용의 ‘국회사무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김형오 국회의장은 대변인에 허용범씨를 내정했다.
그러나 정작 대변인의 기능과 역할을 규정하는 ‘국회사무처 직제 전부개정규칙안’은 통과되지 않고 국회 운영위 소위에 계류중이어서 기능이나 역할도 없이 단순히 직함만 있는 실정이다. 직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함에 따라 지난 17일 내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임명 역시 아직 받지 못한 상황이다.
국회 주변에서는 직제 개정안도 통과되지 않았는데 국회사무처법 개정안만 서둘러 통과시킨 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국회 대변인을 신설한다는 조항만 본회의를 통과했지 그 직제나 기능과 관련한 규칙안이 완전 통과된 것은 아니다"며 "국회의장의 대변인 내정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유은혜 부대변인도 "역할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왜 국회의장이 조급하게 서둘러 대변인을 내정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형오 국회의장측은 "규칙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가 모순인 것은 분명하다"고 시인했다.
다만 김 의장측은 "국회의장 아래 비서실 소속으로 공보수석이 있었지만 새로 신설된 대변인은 의장 비서실 소속이 아니고 그와 같은 위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대변인제 신설이 국회의 대언론·대국민 '소통' 창구를 체계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대변인 신설이 김 의장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는 점은 누구나 공공연히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대변인 기능을 규정짓지 않은 채 대변인 자리만 만들어놨다는 점은 누가 봐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새로운 대변인이 '국회의 홍보처'가 될 것이라는 표면적인 이유와 달리 오히려 김 의장의 '입'을 대신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대변인에 내정된 허 씨는 보은 인사 논란에도 휩싸였다. 허 씨는 지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공보특보를 맡았고 이후엔 대통령직인수위 비서실에서 일했다. 그는 지난 4·9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경북 안동에 출마했다가 패한 바 있어 보은 인사 의혹에서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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