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의 가장 큰 목적은 인간의 조건을 개선하고, 모든 이의 어깨에서 불합리한 짐을 덜어주며, 모두가 열심히 살아갈 길을 마련해주고, 인생이라는 경주에서 누구나 굴레 없이 출발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가지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게티즈버그에서 연설하는 링컨 대통령 |
||
지난 12일은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날이다. 미국 전역에서 링컨 대통령 관련 추모행사가 열렸다. 특히 흑인 최초의 대통령 오바마가 링컨을 모델 삼아 '통합의 정치'를 펼치고 있어 미국인들의 링컨에 대한 관심은 예년에 비해 더 높았다.
실제로 링컨과 오바마는 닮은 점이 많다. △일리노이 주(州) 변호사 출신 △어린 시절 겪은 역경 △뛰어난 정치 연설 △남북전쟁과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유례없는 국가적 재난을 앞에 두고 취임한 대통령이다.
남북전쟁이란 국가적 분열를 극복하고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기틀을 세운 링컨. 지도자들의 리더십 부재로 표류하는 대한민국에 링컨의 리더십은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 비전을 제시하라
“이 나라가 새로운 자유 속에서 다시 태어나고, 또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존속되도록 하기 위해서.” 게티즈버그 연설을 마무리하는 이 문구는 민주주의의 지향성을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링컨은 이 연설을 통해 주창한 ‘하나된 미국’ ‘자유와 평등’이라는 비전은 미국의 독립선언서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 국민들이 신봉하고 있던 건국이념을 부활시킴으로써 링컨은 국민들로부터 가슴에서 우러나는 지지를 받았고, 남북전쟁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다.
초라한 정치 경륜과 40%대의 낮은 지지율, 남부 주들의 연방탈퇴 그리고 남북전쟁. 이 모든 악조건 속에서 링컨은 미국이 나가야 할 바를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여 자발적으로 그 비전을 향해 움직이게 했다. 지도자의 명쾌한 비전은 집단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힘이며 성장의 원동력이다.
◆ 포용력이 진정한 권력을 만든다
윌리엄 H. 슈어드(William H. Seward, 1801~1872), 새먼 P. 체이스(Salmon P. Chase, 1808~1873), 에드워드 베이츠(Edward Bates, 1793~1869) 이들 3명의 공통점은. 바로 링컨의 최대 정적이자 링컨 정부의 초대내각 각료였다는 것이다.
뉴욕 주 상원의원 슈어드, 오하이오 주지사 체이스, 미주리 주의 유력 정치가 베이츠. 이들은 링컨이 대통령 공천을 받을 당시 당내 라이벌이였다. 하지만 이들은 각각 국무장관, 재무장관, 법무장관으로 임명되어 링컨 정부의 초대 내각인 '통합내각'(Team of Rivals)의 일원이 됐다.
이들의 발탁 배경에 대해서 링컨은 '시카고 드리뷴'지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내각에는 당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우리들은 단결해야 합니다. 당을 잘 살펴본 나는 이들이 바로 그 유능한 사람들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나라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빼앗을 권리는 없습니다."
링컨은 한발 더 나아가 당내 경쟁자 뿐 아니라 상대당인 민주당 인사들에게도 장관직을 제안했다. 또한 남북전쟁이 끝난 후에는 의회의 반대에도 남부 인사들을 포용했다. 지역과 이념 그리고 이해관계로 서로 반목하는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 현장을 중시하라
링컨은 달변으로 유명하다. 상황에 어울리는 비유로써 자신의 의중을 전달했고, 힘을 더하는 제스처나 상대방의 긴장을 푸는 유머를 구사할 줄 알았다.
하지만 링컨의 빛을 발한 화술은 현란한 언어 구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하는 태도때문이다. 링컨은 항상 현장에서 활동하는 리더였다.
그는 항상 집무실을 열어두었고 전쟁기간에는 수시로 전장을 찾아 병사들을 격려했다. 대통령으로서는 흔치 않게 전투가 벌어지는 막사를 찾아 참모들과 전략을 논의했다. 그때마다 링컨은 대중에게 연설하고 설득함으로써 그가 가진 꿈을 국민의 가슴에 되살아나게 했다. 링컨은 자신의 말 한 미디가 가진 영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세심하게 단어를 선택했고, 항상 현장에서 국민들과 소통했다.
김형곤 건양대학교 교양학부교수는 "리더란 자기중심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이라며 "일방적인 리더십으로 국민들의 신망을 잃은 우리의 지도자들에게 링컨이 보여준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고 강조했다.
링컨의 리더십을 소개한 책으로는 '원칙의 힘'(김형곤 저·살림Biz) '권력의 조건'(도리스 컨스 굿윈 저·21세기북스) '비전을 전파하라'(도널드 필립스 저·한스미디어) 등이 있다.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