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디폴트 도미노'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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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2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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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유럽발 금융위기 확산

동유럽발 금융위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대서양을 넘어 서유럽 등 전세계를 강타한 데 이어 이번에는 동유럽발 국가 부도설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위기로 몰아 넣고 있다.

동유럽이 세계 경제 위기의 새로운 진원지로 부상하게 된 것은 지난주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동유럽 금융시장에 대해 잇달아 경고하고 나서면서부터다.

무디스는 지난 17일 "동유럽 금융시스템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어 동유럽에 지점을 두고 있는 유럽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고 S&P도 "동유럽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깊고 오래 지속됨에 따라 유럽 전체 은행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가에서는 동유럽 금융시장 위기가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라트비아, 헝가리, 우크라이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았고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는 조만간 IMF에 지원을 요청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헝가리는 포린트화 가치와 주가가 급락하고 있어 디폴트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으로 시작된 지난해 9월 금융위기 직전 1유로당 230~240포린트를 유지했던 포린트화 가치는 최근 1유로당 300~305포린트로 급추락했다.

주가 하락세도 심상치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엑소더스로 금융위기 직전 1만7000선을 지키던 부다페스트증시의 BUX 주가지수는 지난 주말 1만선이 깨졌다.

실물경제 위축 정도는 더 심각하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과 고용 등 전반적인 국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헝가리 중앙통계청(KSH)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헝가리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대비 1%, 전년 동기대비 2% 감소했다. 2008년 연간 성장률도 0.3%에 그쳤다. 올해 GDP 성장률은 -3~-3.5%로 처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위기 속에 정국마저 불안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디폴트를 넘어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2월 디폴트를 선언한 에콰도르에 이어 달러화 국채 이자율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가의 신뢰도가 그만큼 낮다는 의미다.

지난 13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우크라이나의 국가 신용등급을 'B+'에서 'B'로 하향 조정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말 IMF로부터 16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신청해 45억 달러를 지원받았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허술한 경제시스템과 정치불안. 시장에서는 이미 디폴트가 임박했다고 보고 있고 당장 국가 부도는 아닐지라도 은행과 기업 파산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강소국' 라트비아는 유럽판 아르헨티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라트비아는 한 때 아이슬란드와 더불어 유럽의 대표적인 '강소국'으로 꼽혀 왔지만 최근 경상수지와 경제성장률, 물가, 실업률, 주택가격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들이 잇달아 최악의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 온라인 토론에서 라트비아를 '제2의 아르헨티나'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라트비아 역시 지난해 12월 IMF 등으로부터 75억유로의 긴급자금을 지원받았으나 경제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자금은 더이상 유입되지 않고 있고 외국의 수요 감소로 수출은 줄고 있으며 고정환율제는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로화에 연동돼 있는 페그제가 연내에 무너지면서 통화 가치가 50%가량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라트비아 정부는 경제위기와 IMF의 구제금융에 따라 긴축정책에 나섰으나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는 등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결국 20일 내각 총사퇴를 단행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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