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공공디자인의 성공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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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1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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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원 (엑스포디자인브랜딩 대표)
 
요즘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도시가 급속히 달라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미 부시장급의 디자인 전문가를 영입하고 서울의 공공디자인을 전면 개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이는 점차 다른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선진 외국의 도시와 같은 깔끔하게 잘 정돈된 모습들을 이제 우리의 도시에서도 볼 수 있게 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양적인 삶’에만 치중했을 뿐 ‘질적인 삶’에는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이제야 도시를 ‘질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공공디자인 이라는 단어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국회에도 공공디자인 포럼이 생기는가 하면, 공공디자인학회에 이어 공공디자인협회까지 설립되는 등 공공디자인에 관한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 것도 불과 2~3년 정도이다.
 
공공디자인(Public Design)을 이해하려면 반대 개념인 사적디자인(Private Design)을 비교해보면 쉽다. 공공디자인은 공공기관이 사업의 주체이고, 사적디자인은 기업이 사업의 주체이다. 공공디자인이 대국민 서비스가 목적이라면 사적디자인은 기업의 이윤창출이 목적이다. 공공디자인은 공익적 논리로 접근한다면, 사적디자인은 마케팅 논리로 접근한다는 것이 그 차이점이다.
 
공공디자인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지는데, 공공 공간디자인, 공공 시설물 디자인, 공공 시각매체 디자인이 바로 그것이다. 이 중 오늘날 가장 크게 이슈가 되는 것은 공공 시설물 디자인으로서, 가로등, 전신주, 휴지통, 공중전화 부스, 버스 택시 승차대, 가판대, 소화전, 지하철 환기구, 볼라드, 보도블록, 맨홀 뚜껑 등 도시를 거닐면서 우리가 크게 관심을 쓰지 않는 것들이다.
 
그러면 공공 시설물 디자인은 무엇이 문제인가? 이들 공공 시설물의 관리 기관을 따져보면 한전, 지하철공사, 도로공사, 통신회사, 경찰청,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 각자의 관리 주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공 시설물의 관리 주체가 제각각 다르다는 것은 공공 디자인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문제에서 서로 간의 책임 소재가 다르기 때문에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을 펼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더욱이 가장 많은 공공 시설물을 관리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도 담당부서가 다양하게 분산되어 있어서 공공 시설물 디자인의 일관된 정책을 펴나가는데 커다란 한계점을 안고 있다.
 
그동안 무심코 대하기만 했던 공공 시설물들을 한번 관심 있게 들여다보자. 국내 어느 도시든 거리를 걷다보면 너무 많은 공공 시설물들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더 만들고 더 늘리는 것보다는 오히려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공공 시설물들의 기능을 통합해서 개수를 줄이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기관, 여러 부서로 흩어져 있는 관리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데, 그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공공 시설물 디자인만이라도 통합된 정책을 펴나갈 수 있는 ‘공공디자인관리공단’과 같은 통합관리 기구를 만든다면 훨씬 효과적인 정책을 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선진 외국의 사례에서 보았듯 거리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깨끗하게 잘 정돈된 스트리트 퍼니처를 대하는 것이 머나먼 미래의 꿈은 결코 아니다. 기능적으로 통합된 공공 시설물 디자인을 통해 도시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 현재 도시의 모습을 ‘걷고 싶은 거리, 살고 싶은 도시’로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 아닐까.
 
<필자약력>
서울대 산업디자인과 졸, 고려대 경영대학원 졸업 (경영학 석사)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디자이너, 월간 디자인 편집장, 대전엑스포조직위원회 디자인실장 역임 현, 엑스포디자인브랜딩 대표, 국립서울산업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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