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휩싸인 명동 사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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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2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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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피 40% 하락, 환율 2000원까지 갈 수도

"IMF 당시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지금 명동에는 상반기에 코스피가 40% 하락하고 환율이 2000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 전주들이 자금 회수에 열을 올리면서 명동 사채업자의 30%까지 사업을 접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추락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동물적인 감각을 자랑하는 명동 사채시장에 금융위기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다우지수가 11년 저점까지 추락하고 유럽증시가 6년래 최저치까지 하락하면서 명동에는 3월 위기설은 물론 연말까지 본격적인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득세하고 있다.

명동의 사채·어음 중개업자들은 최근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상태다. 물건도 없을 뿐더러 시장 전망이 워낙 안좋아 거래 자체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는 물론 기업들이 돈을 풀지 않고 상황에서 재력가들의 증여와 양도 규제 완화를 통해서라도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출현하고 있다.

명동의 한 어음중개업자는 "IMF때도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았다"면서 "정부가 수십조원 규모의 '묻지마 펀드'를 조성해 부자들의 자금줄을 풀어주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명동 사채업계에서는 주식담보비율 200%, 금리는 5%에서 8% 정도에서 거래가 형성되고 있지만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 어음만이 거래되고 있을 뿐 유명 그룹인 D사, K사의 어음 거래도 중단됐다. 명동 사채업계는 이들 기업에 대해 유동성 위기는 물론 도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명동 사채·어음중개업자들은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장 큰 악재라고 입을 모았다. 명동의 대표적인 어음중개업체 중앙인터빌의 한치호 상무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어졌다"면서 "최근 만난 모은행 심사역 역시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더라"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 매력을 느낀 외국계 자금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명동의 한 어음중개업자는 "최근 2조원을 확보한 홍콩계 펀드가 한국시장 투자에 나섰다"면서 "해외자본의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입질에 나서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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