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용산 원효로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그린공인 박OO대표. 박 사장은 요즘 중개업을 계속해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 생활비를 가져다 준 것도 이미 오래된 일이다.
박 대표는 "작년 여름 미국발 금융위기가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거래 자체가 사실상 실종된 상태"라며 "생활비를 가져다 주기는 커녕, 사무실 운영비조차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2. 서울 서초 반포에서 인테리어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최OO대표. 최사장 역시 요즘 일감이 없어 죽을 지경이다. 이 곳에서 6년째 인테리업을 운영하고 있는 최사장은 올해 인근에 대규모 재건축단지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부푼 꿈에 젖었으나 일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최사장은 "2006년까지만 월 1~2건의 공사가 꾸준하게 이뤄지면서 80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었다"며 "하지만 2007년부터 최근까지 2년동안 고작 6건의 일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사장은 4명이었던 직원을 1명으로 줄이는 대신 아내가 나서서 일을 도와주고 있지만 그나마 일감이 없어 월세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부동산 시장이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면서 그 여파가 관련 업계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꽁꽁 얼어붙은 분양시장은 건설사들로 하여금 유동성 위기에 몰아넣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삿짐센터, 도배와 장판, 인테리어 등 서민들의 생계형 사업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하루라도 빨리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서 내수경기가 회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세림종합건설에서 일하는 건축사로 일하는 최OO소장은 "지난해 연초부터 일감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여름 이후에는 사실상 일거리가 전혀 없다시피 한 실정"이라며 "일감은 예년의 3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인력을 놀릴 수 없어 마진(이윤)이 없는 공사를 억지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최 소장은 "아무리 투기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민들이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야 내수 경기도 덩달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등기업무를 주로 하는 법무사 사무소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거래가 실종되면서 일감이 없기 때문이다.
마포에서 법무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곽OO 법무사는 "작년 7,8월부터 급격하게 일감이 줄어들었다"며 "평년의 3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보면 맞다"고 설명했다.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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