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명동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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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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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고사’와 ‘회생’의 갈림길
코스피 급격한 조정 이후 연말 1200 전망
무디스, 비자 등 해외 움직임에도 주목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로 서민 금융의 핵인 명동 사채 시장마저 얼어 붙고 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증시가 회복할 당시 명동 사채 시장에서는 주식담보대출이 증가했으나 최근 주가가 급락해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서 거래 역시 실종, 명동이 초토화되고 있다.

명동 사채·어음중개업자들은 한국을 바라보는 해외 시각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굴리고 있는 한 중견 사채업자는 "최근 무디스가 국내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최근 비자카드가 수수료 인상에 나선 것은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신용도가 낮아졌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명동 사채업계에는 이르면 3월, 늦어도 4월에는 달러/원 환율이 2000원을 돌파하고 코스피가 700선이 붕괴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일부 사채업자들은 코스피가 400~600선을 시험하고 연말에서야 1200선에서 안정권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지난 1990년대 이후 IMF사태와 닷컴 붕괴, 카드사태 당시 코스피 지수의 평균 하락률이 고점 대비 60%에 달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 지수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정부 당국이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한 지수 급락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공황상태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와 KT 등 우량 대기업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건설사 어음 역시 꾸준히 명동 사채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우량 건설사도 이미 사채 시장에서 거부당한지 오래다.

명동의 H대부업체 간부는 신용위험평가 B등급 건설사 어음의 사채 시장 유입 여부에 대해 “B등급 기업의 어음 유입에 대한 진위 여부는 의미가 없다"면서 "B등급 어음은 이미 쓰레기 취급 받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A등급 기업의 어음도 취급하지 않는다"면서 "소액개인대출은 이미 외국계 자본에 잠식 당했고 기업 어음 할인 마저 어려워 사채 시장이 극도로 어려운 상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주 명동 일대 사채 및 대부업체들의 사무실에는 방문 고객은 커녕 문의 전화 벨 소리조차 듣기 힘들었다.

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하고 있다는 것은 기업이나 서민 최후의 자금 조달 경로가 사실상 막혔음을 의미한다.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사채업자는 물론 중소기업 및 서민들마저‘공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환율 급등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우리은행의 후순위채 조기 상환 포기는 명동 사채·어음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사채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 사태는 명동에서 충분히 예견됐던 것"이라면서 "오히려 삼성전자와 KT 등 국내 대기업에 대해 해외에서 재평가가 이뤄질 것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음시장이 고사 상태에 빠지면서 바닥으로 몰린 기업과 투자자들이 고리사채를 사용하고 있지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500% 금리는 과장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 중견 사채업자는 "일반적으로 고리사채 금리는 연 120% 정도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기업가치가 급락하면서 해외자금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명동 사채업계의 한 관계자는 "홍콩계 자본인 마운트칼렛이 2조원대의 자금을 갖고 한국에 왔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최근 일시적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된 가업들에 대해 정보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태성, 강소영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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