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타개, 정주영식 ‘돌파경영’에서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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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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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정주영 회장

“이봐, 해 봤어?”

고(故)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이 생전에 즐겨 쓰던 말이다. 부하 직원들이 힘든 일을 앞두고 지레 포기하려 할 때마다 이 말이 어김없이 아산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해 보기도 전에 손을 놓는 것은 아산에게 치욕과 같은 일이었기에 직접 부딪쳐 보라는 채찍이었다.

이처럼 벽을 만나면 외려 힘을 내 돌파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지금은 갈렸지만, 현대그룹의 비약적 성장 이면에는 난관에도 긍정적 사고로 직접 행동한 정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다. 이것이 아산 특유의 ‘돌파경영’(Breakthrough Management)이다.

내달 20일 8주기가 다가오면서 어려운 시대, 흐린 세상을 건너는 길라잡이로 아산의 리더십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아산의 돌파경영이 시공을 뛰어넘어 새삼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아산의 경영 방식을 ‘돌파경영’이라고 규정한 것은 현대경제연구원이 처음이다. 지난해 7주기를 앞두고 ‘정주영 경영 전략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명명했다. 한국 경제의 해법을 보여준 아산의 스타일을 국내 기업가들이 배워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시대를 앞서간 신성장동력 확보와 세계 시장을 무대로 삼은 개척정신은 현재에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티브이 광고에도 등장했던 아산의 유명한 일화 하나. 조선소를 건설해 배를 만들어주겠다며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백사장 사진과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만으로 차관을 얻어내고, 대형선박을 수주한 일은 지금도 신화처럼 회자되고 있다.

물막이 둑 공사 도중 난관에 봉착한 서산 간척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다 낡은 유조선을 바닷속에 가라앉혀 물길을 막았던 ‘유조선 공법’이나 수백 마리의 소를 이끌고 분단의 벽을 넘었던 ‘소떼 방북’으로 남북 경협 물꼬를 튼 것 역시 아산이 가진 창조적 발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끊임없이 생각하고 지치지 않고 도전했던 아산의 정신은 후세 기업가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해 모 신문이 조사한 존경받는 기업인 1위에 오르기도 했을 정도다. 끝없는 열정과 도전, 창의적 발상, 타고난 부지런함이 그를 위대한 기업가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국내외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아산의 정신은 기업인들이 본받아야 할 지표인 셈이다. 2차 금융위기가 거론되고 있고, 혹자는 10년 전 IMF도 아닌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의 위기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과거의 아산’이 ‘현재의 기업인’들에게 주는 교훈으로 △과감한 신사업 투자 △해외시장 개척 △고객과의 장기 신뢰관계 구축 △자주적 기술 개발 △능력 위주의 인재 관리 △긍정과 실천의 리더십 △사회적 책임 경영 등 7가지를 들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 상황에서 60-70년대 열악한 경영 여건 속에서도 현대그룹의 성공 신화를 이룬 정주영 회장의 경영 철학과 리더십이 국내 기업들의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 전략 수립에 소중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사족 하나. 아산의 뒤를 이은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 역시 아버지의 “이봐, 해 봤어?”라는 말을 마음에 새긴 듯, 직접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치며 난관을 돌파하고 있다. 비상경영 체제지만, 유럽을 거쳐 23일 미국으로 날아간 그의 심중에는 이미 10년 혹은 20년 후 미국 시장을 점령한 현대·기아차의 미래가 담겨있을 것이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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