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작년 2월25일 출범 이후 1년 동안 주식시장에서 거둔 성적은 낙제에 가깝다. 정부는 작년 코스피 목표치를 3000포인트로 제시했으나 연말 지수는 1124.47포인트로 3분의 1 토막에 가까왔다. 이는 미국에서 작년 3월부터 9월 사이에 베어스턴스 매각과 국책모기지업체 위기,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이어지며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영향이 컸지만 전세계에서 원화만 유독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인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임기 5년 안에 코스피가 5000포인트를 넘어설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경기침체가 갈수록 심화되며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코스피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작년 2월25일 1701.75에서 출발해 23일 1099.55로 떨어지며 1년새 35% 이상 급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22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증시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작년 6월9일부터 7월23일까지 사상 최장인 33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이로 인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31.13%에서 28.24%로 떨어졌다.
이런 초라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꾸준히 긍정적인 전망으로 일관해 왔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재작년 12월14일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내년에 종합주가지수 3000선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임기 5년 내에 5000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많은 전문가와 투자자가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를 갖도록 했다. 이 대통령은 1차 금융위기 여파가 거셌던 작년 11월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동포 리셉션에서도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 내에 부자가 된다"고 말해 투자자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미국발 금융위기를 전대미문인 상황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들어본 적도 없을 만큼 심각한 위기에 대한 정부로부터 해법은 시장에서 먹히지 않고 있다. 증시에서 보인 낙제에 가까운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선 정부가 먼저 전대미문인 위기상황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이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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