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급락하며 은행들의 자산건전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불러 은행 부실로 옮아갈 수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시중 은행들이 자산 건전성 악화가 예상된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환율이 오르면 위험자산에 포함되는 외화자산도 증가해 BIS 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원·달러 환율이 100원 상승하면 시중은행의 BIS 비율도 평균 0.1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BIS 비율을 분기별로 산정하기 때문에 당장 환율 상승이 당장 BIS 비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오는 분기결산월인 3월까지 환율이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환율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환율이 급등하면 BIS 비율 하락을 막도록 자산을 줄이거나 추가로 자본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2차 파급 효과도 우려된다. 환율 상승은 수입업체들과 키코 기업 등의 손실을 가져와 은행 건전성과 수익성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지난해 3분기 환율 급등으로 키코 계약을 체결한 태산 엘시디가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자 2500억 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환율 때문에 수입업체들이 부도나면 연체율 상승 등으로 이어져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악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제 2금융권에도 환율 급등이 악재인 것은 마찬가지.
환율이 다시 가파르게 오르면서 2금융권 업체들은 해외 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드와 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보유한 해외채무 규모는 150억 달러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회사는 해외차입금에 대해 환헤지를 해놓았기 때문에 당장 환율변동 위험은 크지 않지만 신규 차입이 어려워져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여전사들이 만기도래 채무에 대해 일부는 상환하고 일부는 만기연장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신용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상환비중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모 카드사 담당자도 "최근에 동유럽 지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신규 해외 차입이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여신전문회사는 은행과 비교하면 해외차입 규모가 크지 않고 만기구조가 분산돼 있어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형 여전사들을 중심으로 자금조달 수단의 다양화와 조달비용 절감 차원에서 해외차입을 하고 있다"며 "신용경색으로 선박리스 등 해외영업은 위축될 수 있지만, 상환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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