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투자자 "돈 굴릴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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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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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투자 상담 건수가 3분의 1로 줄어들고 상담 시간도 건당 2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팀장의 하소연이다.

저금리 기조에 주가 하락, 펀드수익률 폭락 등으로 투자처를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소득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마땅히 돈 굴릴 데도 없으니 일반 투자자들은 앉아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에서 투자 상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PB들도 놀면서 돈을 벌고 있는 심정이라며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 서린동 지점의 VIP룸에서 근무하는 한 PB는 "반년새 수억원씩 잃은 투자자들이 허다하다"며 "고객이 찾아오면 다양한 재테크 전략을 소개해주고는 있지만 특정 상품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기에는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후 대부분의 금융상품들이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안전 자산의 대명사였던 은행권 예금상품의 경우 예금금리가 연 3%대로 떨어져 이자소득세와 물가 등을 감안하면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이다.

주식과 펀드는 투자 상담이 이뤄지고 있는 일선 영업점 창구에서 거론되지도 않고 있다. 리스크가 워낙 크고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데다 수익률까지 '반토막'나면서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한 돈은 버린 돈으로 인식되고 있다.

부동산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던데다 정부가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일부 건설사의 퇴출이 예상돼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펀드도 지난해 PF 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후로는 인기가 뚝 떨어졌다.

그나마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을 흡수해 온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금융상품도 최근 수익률이 2%대로 추락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질 수익률 하락에 따른 대량 환매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며 우려할 정도다.

하나은행 일선 영업점의 한 PB는 "시장 여건이 워낙 안 좋아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고객이 거의 없다"며 "투자금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비교적 돈이 적게 빠지는 상품을 찾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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