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코스피 1000선 붕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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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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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발 금융위기 확산에 이어 미국 시티그룹에 대한 국유화 논란으로 미국 증시가 12년래 최저로 폭락하면서 코스피도 1000선 지지를 위협받고 있다. 여기에 북측으로부터 시험통신위성인 광명성2호가 곧 발사될 것이란 소식까지 전해지자 국내 금융시장은 대내외 악재가 증폭되며 공황 상태에 빠졌다.

24일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35.67포인트(3.24%) 급락한 1063.88을 기록하며 반등 하루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투자자는 10일부터 이날까지 11거래일째 매도 공세를 펼치며 1조8142억원에 이르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30원 오른 1516.30원으로 치솟았다. 이는 1998년 3월13일 1521.00원 이후 거의 11년만에 최고치다.

미국과 동유럽 금융위기, 원화가치 급락, 북측 도발이란 악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증권가에서 지배적인 의견이다.

◆미국 금융위기 재발 우려=증시에선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재확산 될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큰 악재로 꼽히고 있다.

미국 정부는 우선주로 보유하고 있는 시티그룹 지분 40%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시장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를 더욱 악화시키며 미 증시 폭락으로 이어졌다.

앞서 1500억달러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AIG가 작년 4분기 미 기업사상 최악인 60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미국 정부가 상업은행을 국유화하려는 것은 당장 금융불안을 완화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이 국유화되면 의결권을 쥔 정부가 금융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에 대한 국유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은행을 국유화했을 때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작년 10월 국유화가 단행된 영국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과 로이즈뱅킹그룹은 추가적인 구제금융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미국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도 국유화 이후 주가가 80% 이상 급락하며 미 증시에 부담을 줘 왔다.

황빈아 교보증권 연구원은 "은행 국유화가 금융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란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금융시스템에 대한 위험관리 실패에서 불거진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코스피 1000선 붕괴 가능성=미 은행이 국유화되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자금 유출이 확대돼 지수 1000선이 붕괴될 수 있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저점이 무너진 미 증시와 달리 국내 증시가 코스피 1000선을 지키기 위해선 국가 경제가 미국보다 양호해야 한다"며 "하지만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이것이 가능할 지 의문스럽다"고 전했다. 현대증권을 포함한 대부분 증권사도 지수 저점이 960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권하고 있다.

미 은행 국유화가 국제적인 통화질서를 깰 수도 있다.

이영원 푸르덴셜증권 연구원은 "미국 은행이 국유화되면 국채규모가 급증해 달러화 약세를 포함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 전세계적인 통화질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외국자본 가운데 5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계 자금 이탈도 우려되고 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작년 3분기 유럽 금융기관은 전세계 외화대출에서 70%를 차지했고 아시아와 한국에선 각각 55%와 58%에 달했다"며 "미국과 동유럽에서 금융위기가 더욱 심화될 경우 유럽 금융기관이 이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진영ㆍ서혜승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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