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4개국이 추락하고 있는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공조에 나섰지만 해외 자본의 탈출이 본격화하면서 국가 부도 위기감은 더 확산되고 있다.
국채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연일 치솟고 있고 라트비아와 우크라이나 등지는 소요사태로 정국이 수렁에 빠졌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연초 1.0%대에 머물던 러시아의 5년 만기 국채에 대한 CDS 프리미엄은 이날 사상 최대치인 7.7%로 급등했다. 폴란드(4.20%)와 체코(3.40%), 헝가리(5.80%) 국채도 평가 절하됐고 우크라이나 국채의 위험 비용은 무려 40.0%에 달했다.
이날 폴란드와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등 동유럽 4개국 중앙은행은 급락세에 있는 자국 통화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폴란드 즐로티, 체코 코루나, 헝가리 포린트, 루마니아 레이 등 4개국의 통화는 이날 유로화에 대해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추세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RBC캐피털마켓의 닉 채미 신흥시장 분석팀장은 "더 많은 투자자들이 동유럽시장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는 수개월 뒤에야 동유럽이 진짜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헤지펀드는 이미 동유럽에서 발을 뺐다"며 "연금펀들와 자산운용사들도 동유럽시장이 악화일로에 있다는 판단 아래 이 지역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ING파이낸셜마켓에 따르면 러시아가 올해 갚아야 할 외채는 5000억달러에 달한다. 폴란드와 체코, 헝가리, 우크라이나도 올해 모두 1200억달러의 외채를 상환해야 한다. 동유럽 국가들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에 처하면 막대한 자금을 댔던 서유럽 국가들도 도미노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동유럽 대출이 가장 많은 오스트리아는 국내총생산(GDP)의 80% 달하는 자금을 동유럽에 쏟아부었다. 오스트리아 국채의 CDS 프리미엄은 이날 사상 최대치인 2.50%까지 올랐다.
금융위기와 더불어 불안한 정국도 동유럽을 벼랑끝으로 몰고 있다. 라트비아는 지난 21일 이바르스 고드마니스 총리 내각이 총사퇴하면서 수도 리가에는 소요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대화에 나설 주체가 불투명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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