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외채에 대한 대외지급 능력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동외채 비율이 96.4%로 높아졌다. 이는 지난해말 77.8%에 비해 18%포인트가 넘게 오른 것으로 지난 1999년 89.3%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유동외채비율은 유동외채를 외화보유액으로 나눠 계산하는 것으로 이 비율이 100%를 넘으면 유동외채가 외환보유액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치가 높을 수록 대외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동외채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외채와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외채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유동외채비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은 외환보유액이 유동외채에 비해 가파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지만 한은 측은 일단 유동외채 비율이 여전히 100%를 넘지 않고 있어 대외지급은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유동외채비율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환율 급등과 맞물리면서 외환보유액은 큰 폭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2012억2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23.3% 줄었다. 같은 기간 유동외채는 2039억9000만 달러에서 4.9% 감소한 1939억6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1997년말 88억7000만 달러를 기록한 뒤 2000년에는 962억 달러로 늘어났고 매년 크게 증가해 2007년에는 2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환율이 1500원대를 넘나들면서 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서 외환보유액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동외채는 2000년 15.7% 감소한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줄었다. 지난 1997년 860억 달러를 넘어섰던 유동외채는 2001년 500억 달러대로 떨어진 뒤 2006년에는 1340억6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환율 불안에 따른 외환보유액 사용으로 유동외채 비율이 100%를 넘어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당국의 시장 개입이 불가피한 만큼 외환보유액 역시 2000억 달러 이하로 떨어질 전망인 가운데 유동외채 비율 역시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은 입장에서 환율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에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수입물가가 상승해 인플레이션 정책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업 역시 채산성 악화로 설비투자를 연기할 가능성이 높아 환율 안정은 당국의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외화 유동성 여건 악화로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 금융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유동외채 비율이 60%를 넘어서면 단기지급 능력이 ‘안정 상태’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