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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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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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사무처장 박성택)
인류 4대문명인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문명의 공통점은 큰 강을 중심으로 발달했다는 점이다.

풍부한 수자원 덕에 농토가 비옥해 식량을 확보하기 좋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청동기와 철기문화는 통치계급을 출현시켜 지배·피지배 관계를 형성시켜 농사에 필요한 수리사업도 가능케 하였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경제를 윤택하게 해주어 타 지역에 비해 예술과 문화를 일찍이 발달시켰다. 통치권 강화를 위해 문자가 쓰기 시작하면서 문화가 급속하게 발전할 수 있었는데, 기하학과 측량학 등 과학을 발달시키는 동시에 소유구조를 명확하게 해주는 과학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또한 신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천문학과 항해술이 결합, 지리학을 탄생시켰다. 결국 문명의 존속과 발전을 위하여 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는데, 이는 동일 문명권 하에서 일정 규칙을 만들어 통치체재를 공고히 해주는 안전장치 역할을 해주었다.

또한 중세 이전부터 내려오던 인류의 문명을 뒤돌아볼 때 예술적 측면을 간과하기 힘들다.

문명은 자신들의 통치이념을 공고히 해주던 종교의 힘에 의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신의 경지를 보여주기 위해 공예적, 정신적 이념의 예술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전해지는 많은 문명의 형태가 예술이라는 가면을 통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리스 신전과 조각품 등을 보더라도 황금분할과 같은 본능적인 아름다움은 그러한 가설을 입증해 주며 지금까지 이어져 현대미술의 기초이론을 세우는 근간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이집트 피라미드와 상형문자를 본다면 본능적인 아름다움과 물리적 안전성까지 갖추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역사를 단박에 압축시켜 고대의 시간을 아주 가깝게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오는 미학적 개념은 중세시대에 이르러 교회와 왕들의 도움을 받아 신들의 세계를 알리는 수단인 예술작품들로 귀결되기 시작했다. 그런 전통들은 근대를 거쳐 현대예술의 근간이 되었다.

사람들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본능이 있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지금 그 본능은 감성을 자극하고 사람은 인간의 내면세계를 조영하는 예술적 특성을 만들어 낸다. 감성에 부응한 예술은 동일한 경험을 가진 사회구성원으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시켜준다. 지금 우리 문명의 커다란 주제는 개인주의와 그에 의한 고립이다.

그런 현상에 대한 공감대는 우리시대가 만든 문명의 거울이자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했고, 그 패러다임의 얼굴을 그리는데 역시나 고대의 문명이 그러했던 것처럼 예술이 맡게 될 것이다. 예술은 우리시대의 자화상이다. 어떻게든 간에 한 시대 사람들의 생각, 감정, 행동, 업적, 생활방식 등을 거울처럼 비춰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역사를 기록하는데 보통 문자를 사용한다. 간혹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것을 다큐멘터리라고 부르는데, 그것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객관적인 자료들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사람들의 말과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생각인 추상적인 개념을 얻기는 어렵다.

예술은 이미 이러한 추상적인 역사를 기록하는 세련된 방법으로 인식되었다. 더불어 기록매체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개인주의나 자본주의에 의해 멍들어가는 우리네 마음까지도 어루만져준다.

고립되어가는 삶의 벽을 허물어 주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인간이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예술이 아닐까 한다. 함께 웃고 숨 쉬고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예술이다. 과거에는 문명이 예술을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예술이 미래의 문명을 책임져 줄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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