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돼지고기는 뭐하나 버릴 것이 없는 훌륭한 식재료 입니다.
모든 부위의 살은 그 나름대로의 조리법으로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지친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동료들과의 소주한잔에 빠질 수 없는 돼지 껍데기하며, 야시장에서 모락모락 뜨거운 김을 내며 끓고 있는 순대국, 그리고 출산 후 산모들의 산후조리에 좋다는 돼지 뼈를 우려낸 국물까지….
이처럼 와인 양조용 포도 또한 각 나라마다 그 나름의 방식으로 다용도로 이용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와인양조를 위한 1차 압착 후 남겨지는 찌꺼기를 다시 한번 압착하여, 여기서 만들어지는 포도 주스를 증류하여 브랜디(Brandy)를 만듭니다. 이태리에서는 와인 양조 후 남겨진 포도씨 같은 찌꺼기를 이용해 그라빠(Grappa)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도 남겨지는 찌꺼기들은 태워져서 포도밭에 거름으로 쓰입니다. 아주 오래된 유기농법 이라 할 수 있겠지요.
프랑스의 포도를 이용한 브랜디 중 여러분들의 귀에 익숙한 꼬냑(Cognac)과 알마냑(Armagnac)이 있습니다. 둘 다 브랜디의 한 종류이기도 하지만 샴페인처럼 프랑스의 지역 이름이기도 합니다.
먼저 꼬냑은 최고의 포도 브랜디를 재조하는 지방으로 유명한데, 사실 이곳의 포도가 와인재배용으로 적합하지 못해 어느 이방인에 의해 처음 증류된 후 지금의 꼬냑이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꼬냑 지방의 리무진 숲은 최고의 오크를 만들어내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알마냑 또한 꼬냑과 더불어 양질의 브랜디를 만들어 내는데, 유명한 소설 삼총사에서 등장하는 실존인물인 달타냥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처음 달타냥이 삼총사와 우여곡절 끝에 동시에 결투를 하기직전, “어이~ 알마냑 시골 촌뜨기 녀석!”이란 대사에도 등장하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이죠.
300만원이 넘는 ‘루이 13세’라는 양주가 바로 ‘레미마르탱’이란 제조사의 엑스트라급 꼬냑입니다.
프랑스는 와인과 달리 브랜디에는 그리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각각의 제조사마다 출시하는 최상등급(X.O급 또는 Extra급)의 가치는 차이가 매우 큽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브랜디를 만들기 위해 따로 포도원액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태리에서는 와인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들을 이용하여 강한 알코올을 가진 무색의 증류주를 만들어 냅니다, 처음 와인을 만들고 남은 껍질이나 포도 씨를 장기간 발효시킨 것이 잘 아는 발사믹 식초이고, 어느 정도 발효가 된 찌꺼기들을 증류해서 만든 것이 그라빠 입니다
그라빠 역시 이태리의 지명이기도 하며 그라빠 산자락의 마을 이름이기도 합니다. 알코올 도수가 옛날 소주와 같은 25도에서 부터 중국산 독주처럼 80도 이상까지 만들어 냅니다, 처음에는 군인들의 소독을 위한 약재로 쓰였다고 하는데, 오래 전 유럽에서는 긴 전쟁을 하기 위해 포도나무 묘목을 옮겨 재배한 후 와인을 양조, 식수 대용으로 쓰였다고도 하네요.
그라빠를 찌꺼기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그라빠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병에 담겨 수집가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 잡기도 합니다. 최고의 이태리 와인을 만들어 낸 후 그 부산물을 이용해 이름 또한 사시까이야 그라빠, 티냐넬로 그라빠, 바르바레스코 그라빠와 같은 이름을 달고 나오는가 하면, 오크통에서 10년 이상 숙성, 매혹적인 짙은 호박색과 강한 알코올 뒤에 느낄 수 있는 진한 부케의 고가 그라빠도 제조 됩니다.
식후 소화를 돕고, 콜레스테롤을 낮춘다는 그라빠 한잔이 건강을 지키는 이태리인들의 전통적인 민간요법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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