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셰어링, 30대그룹 ‘환영’ vs 노동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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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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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업들 기존 임직원 월급 삭감은 "어려워"

정부와 공기업이 추진 중인 ‘대졸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가 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가 대기업들이 정규직의 임금을 삭감하려는 심보를 드러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차후 노사 갈등이 우려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30대 그룹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고용 안정을 위한 경제계 대책 회의’를 열고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 확대를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30대 그룹은 “올해 -2% 경제 성장률이 예상되고 기업 경영 여건 악화, 일자리 20만개 소멸 등 고용대란이 우려돼 잡셰어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대졸 초임의 연봉을 최고 28%까지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대졸 초임 삭감과 기존 직원 임금 조정으로 마련된 재원을 고용 안정과 신규 및 인턴 채용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경련에 따르면 대졸 초임 임금 삭감률은 계열사 신입사원 연봉 수준에 따라 최저 0%에서 최고 28%까지 차등 적용된다. 대졸 초임이 2600만~3100만원인 기업은 0~7%, 3100만∼3700만원인 기업은 7~14%, 3700만원 이상인 기업은 14~28%를 줄이는 식이다.

삭감 기준인 2600만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100인 이상 기업의 대졸 초임 수준(2441만원) △일본의 지난해 대졸 초임(2630만원) △2007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대비 임금수준(일본 72%, 우리나라 128%)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신입사원의 경우 경쟁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대졸 초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되 기존 근로자는 노사합의를 통해 임금 조정을 유도할 것”이라며 “2600만원 이하인 기업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정규직 임금 줄이려는 심보” 비판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은 물론 기업들이 이날 협의된 사항을 얼마나 이행할지 확신할 수 없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구체적인 삭감 규모나 삭감된 재원으로 채용할 신규 직원과 인턴 숫자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큰 틀에서 그룹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한 것이 아니어서 뭐라고 말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세부 내용에 대해 내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노동계와 사전 교감도 없이 추진된 터라 ‘근로시간 조정 없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는 식의 노조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신입사원 임금 삭감안은 별도의 임금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차후에 원상복귀가 안 될 경우 노사간 충돌이 생기게 될 것”이라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기업들 “임직원 월급 삭감은 어려워”

합의가 아닌 ‘협의’ 수준이어서 기업들의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내야 하는 부분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병철 전경련 부회장은 “재계의 잡셰어링 동참은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기존 임직원의 월급을 깎기는 어려워서 쉽게 조정할 수 있는 것부터 손을 댄 것”이라며 “전경련이 각 기업들의 잡셰어링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등 면밀히 체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경제위기로 이미 많은 기업이 임금을 삭감하는 상황에서 30대 그룹의 이번 방침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 하락을 불러오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며 “사실상 일자리 나누기라는 명분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보려는 대기업들의 심보가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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