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계시장 '큰손'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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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2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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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유럽行 잇단 사재기 행보

세계 경제가 불황으로 허덕이고 있는 사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중국이 사재기 행보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자칫 각국의 무역장벽을 높여 수출 중심의 자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008년 월간 대(對)유럽 중국 무역흑자액
(단위:10억달러, 출처:WSJ)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전날 기업인과 정부 관리로 구성된 200여명 규모의 구매사절단을 유럽에 파견했다.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이 인솔하는 구매사절단은 독일과 스위스, 스페인, 영국 등지를 돌며 150억 달러 규모의 구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구매 예정인 물품 목록에는 롤스로이스의 제트엔진과 재규어 및 랜드로버의 고급 자동차, 철도 관련 장비, 올리브 기름 등이 올라 있다.

중국이 최대 무역 파트너인 유럽에 구매사절단을 파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중국은 올해 몇 차례 더 사절단을 유럽에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은 미국에도 구매사절단을 파견했었다.

중국이 서둘러 해외 쇼핑에 나서고 있는 것은 '세계의 굴뚝'으로 상징되는 중국 경제가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불황에 따른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을 저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상무부 가오후청 부부장은 "구매사절단 파견은 시장개방과 경제 협력을 통해 세계 경제 회복에 일조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침체된 세계 시장의 '큰손'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중국이 자원 확보를 위해 호주에서 잇달아 광산을 인수하고 있는 데 대한 견제 여론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은 최근 국영 알루미늄공사 치날코를 통해 호주 광산업체 리오틴토를 195억 달러에 매입키로 한데 이어 전날에는 중국 철강업체 후난발린이 호주 철광석업체 포트스쿠메탈스의 지분 16.5%를 7억6900만 달러에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 지도부가 새해 벽두부터 벌인 정월(正月)외교도 중국의 구매 공세에 활력을 더했다. 지난달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유럽을 순방했고 후진타오 주석과 시진핑 부주석도 최근 각각 아프리카와 중동,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등지를 돌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차관 계약을 맺고 이들 국가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했다.

이에 고무된 중국 민간 기업들도 해외 쇼핑 바람에 합류해 몇몇 기업들은 최근 몇 개월새 중국의 부동산 바이어들로 팀을 짜 미국 뉴욕과 라스베이거스 등지로 부동산 구매 여행을 다녀왔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중국이 막강한 구매력을 행사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는 2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와 대규모 무역흑자가 꼽힌다.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수입 감소폭이 더 크기 때문에 중국의 무역흑자 규모는 사상 최대치에 가깝다. 중국 밖에서는 중국이 환율을 조작해 무역흑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사재기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무역흑자 폭은 줄어들 것 같지 않다고 마이클 패티스 북경대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무역흑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달에 150억~200억 달러는 소비해야 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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