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라크 유전개발 MOU 체결에 “지켜봐야”
SK에너지 “이라크 정부 오해살 수 있어”
이라크 유전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와 SK에너지가 지난 24일 정부의 이라크 바스라지역 유전개발 양해각서(MOU)체결에 대해 ‘함구령’을 내린 분위기다.
MOU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거니와 ‘축포’를 미리 터뜨릴 경우 이라크 정부의 눈 밖에 나 자칫 사업 자체가 어그러질 수 있는 탓이다.
◆ “MOU, 사업에 어떤 영향 줄지 미지수”
지난해 4월 14일 국내 업체 최초로 이라크 유전개발과 관련한 1차 국제사전자격심사(PQ)를 통과한 가스공사는 이번 MOU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향후 사업 추진현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MOU 체결인데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우리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라면서 “PQ를 통과한 만큼 2월 현재 본 입찰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MOU 추진추이를 지켜보겠지만 내부적으로 이를 (사업연계에 대해) 고려하거나 검토 중인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SK에너지도 가스공사의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1차 PQ에서 탈락한 전례가 있음은 물론 이라크 정세가 불안정한 탓에 이라크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MOU 효과에 대해 언급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SK에너지가 지난달 브라질·오만·카자흐스탄에서 유전개발을 위한 탐사계약을 따낸 바 있어 이라크 유전개발 사업에 SK에너지가 최종적으로 입찰자격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 분석과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SK에너지 관계자는 “MOU를 긍정적으로 평가 한다”면서 “이라크 유전지대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시장논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국가가 아니어서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 정부의 오해를 살 수 있어 MOU가 우리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향후 구체적인 사업추진 계획이라든가 부분적 변화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1차 PQ에서 고배를 마신 뒤 2차 PQ에 참여한 상태이기 때문에 극도로 대화채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부연이다.
◆ SK에너지, 1차 PQ ‘고배의 추억’
이는 이라크가 중앙정부의 허락 없이 쿠르드 자치정부 지역 내 광구 개발에 한국기업들이 참여했다는 이유를 들며 이라크 남부 유전광구에 대한 SK에너지의 입찰자체를 제한한 전례를 말하는 것으로, SK에너지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체적 사업역량이 아닌 정부차원의 ‘입김’을 통해 이라크 유전개발 사업 입찰권을 따냈다는 이라크 내부 비판 및 부정적 외부시각을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국빈 방한 중인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리나라가 이라크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건설해 주는 대신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 유전개발권을 받는 계약에 합의했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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