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홈쇼핑 보험

홈쇼핑 보험 불완전 판매 가능성 높아
친권자 모두의 서명 필요한 태아보험 문제

1년 전 홈쇼핑을 통해 흥국쌍용화재의 어린이 대상 보험에 가입한 A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통장에 잔액이 없다면서 실효가 됐다는 연락을 받고 보험을 살릴 것인지 해약할 것인지 망설이던 차에 문득 친권자로서 서명을 안했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신문 기사를 통해 가입자와 피보험자가 다를 경우 반드시 자필서명이 있어야 하며 아이에 대한 보험일 경우 친권자 모두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상담원에게 친권자 자필서명에 대해 물었지만 상담원은 녹취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다.

소비자단체와 보험 전문가들은 녹취로 인해 보험 계약 자체는 성사될 수 있지만 아이를 보험에 가입시킬 경우에는 반드시 친권자 모두의 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험사가 거짓말을 한 셈이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국장은 "아이에 대한 보험은 친권자의 서명이 없을 경우 당연히 무효가 될 수 밖에 없다"면서 "보험사들이 관련 내용을 알려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도 홈쇼핑 보험 판매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같을 경우에는 자필서명을 안해도 되는 규정이 있다"면서 "그러나 타인의 사망보험 같은 경우에는 서명이 없을 경우 법적으로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홈쇼핑 보험 가입시 약관을 받아볼 수 없다는 것에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홈쇼핑 보험 상담원들은 상담시 약관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계약을 해야만 약관을 보내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이에 대해 책자 형태의 약관을 모든 상담 소비자들에게 보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계약 당시 약관을 설명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되고 있다"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는 그러나 책자가 아닌 온라인을 통한 약관 확인은 절차도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실제로 찾아보기도 힘들어 소비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대상 보험 시장규모가 10조원 정도라면서 나중에 서명 문제가 불거질 경우 홈쇼핑을 통해 가입한 '어린이 보험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대표는 "최근 수 년 동안 흐름을 감안하면 어린이 대상 보험시장은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친권자 모두가 서명하지 않은 계약이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쇼핑업계는 보험전문상담원들이 소비자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어서 문제가 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CJ홈쇼핑 관계자는 "보험전문상담원들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면서 "녹취를 통해 모든 내용이 기록되고 있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GS홈쇼핑 관계자 또한 "약관은 온라인상으로 확인 가능하다"라면서 "문제가 된다면 가입 이후 20일 이내에 취소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홈쇼핑을 통한 보험 가입 성장률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홈쇼핑업계가 보험을 통해 올리는 이익은 전체의 20~30%대로 추정되고 있다.

민태성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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