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4월까지 지급규모 4조원 육박 추산
달러환전 송금시 원화·주가 동반 약세 우려
3~4월 외국인에게 지급될 배당금이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추가적인 외화자금 이탈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외국인이 배당금을 달러로 바꿔 해외로 나갈 경우 원화가치와 주가가 동반하락하는 악순환이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08 회계연도 결산에 따라 올 3~4월에 외국인에게 지급될 배당금은 24억9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달러당 15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3조7350원에 이른다.
외국인 배당을 유형별로 보면 직접투자와 증권투자가 각각 12억6000만달러와 12억3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증권가는 작년에 비해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따른 실적악화로 기업마다 배당을 줄인 데다 환율까지 급등한 상황에서 배당금을 달러화로 환전할 경우 소요 달러도 상대적으로 적어지기 때문이다.
3~4월 직접투자와 증권투자에 대한 외국인 배당은 2003년 27억2000만달러, 2004년 39억4000만달러, 2005년 42억6000만달러, 2006년 57억4000만달러, 2007년 49억달러로 집계됐다.
올 3~4월에 지급될 2008 회계연도 외국인 배당금 추정치는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외국인 배당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더라도 원ㆍ달러 환율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이어서 외환시장 불안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2002년부터 작년까지 3~4월 원ㆍ달러 평균환율은 1085원이었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진 963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오는 3~4월에도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금융기관 해외차입을 포함한 기타투자수지도 작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예년 3~4월엔 외국인 배당금 유출이 해외차입 증가로 상당 부분 상쇄됐다"며 "하지만 요즘은 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차입보다 상환이 늘고 있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외국인 배당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가속되고 있는 만큼 외국인에 대한 배당이 심리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배당 규모가 평소보다 급감했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작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성 팀장은 "미리 예정된 외국인 배당보다 동유럽발 2차 금융위기로 인해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매도 규모를 확대하느냐가 외화유동성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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