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굳건한 모습을 보여온 중국 경제가 최근 휘청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경제가 단기간에 본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꺾이면서 중국 증시가 올해 세계 최대의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낙관론이 세를 잃고 있다고 26일 전했다.
중국 철강가격지수 추이(출처:WSJ) |
브루스 캐스먼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침체를 겪고 있는 세계 경제와 다른 길을 가거나 세계 경제를 떠받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철강 가격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초까지 15% 가량 올랐지만 재고 물량이 급증하며 최근 2주 동안 9.5% 하락했다.
철강 가격이 상승한 것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고무된 중국 기업들이 지난해 12월 잇달아 철강 가격을 높여 불렀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업체들도 이에 호응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생산 물량을 30%나 늘렸다. 하지만 이 때 발생한 수요는 제조나 건설에 쓰이지 않고 창고에 쌓였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 등지로부터 중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는 것도 중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씨티그룹은 중국의 수출 물량이 앞으로 몇달 동안 눈에 띄게 줄어 연간 기준으로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내 생산은 물론 수입 물량도 줄고 있다. 지난달 중국 경제의 중심지인 상하이의 산업생산 실적은 한 해 전에 비해 12.7% 감소했다. 같은 달 중국 전체 수입 물량도 전년 동월 대비 43.1% 줄었다. 왕타오 UBS 이코노미스트는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중국의 수입 수요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수요진작 효과는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크게 늘어난 은행 대출도 경기 회복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신규 대출 규모는 1조6200억 위안으로 한해 전에 비해 2배나 늘었다. 특히 지난달 전체 신규 대출 중 단기 대출 비중은 42%(6239억 위안)에 달한다.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통해 설비 투자보다는 금리 차이를 이용한 금융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혐의가 짙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2300억 위안을 경기 부양에 쏟아 부었고 앞으로도 자금을 더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효과는 올 하반기는 돼야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